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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으로 소통과 대화 물꼬 트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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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올해 1월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올해 1월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표, 대통령실 신년인사회 첫 참석하기로

윤 대통령, 소통 활성화로 변화의 진정성 보여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1월 3일 대통령실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지난 21일 초청장이 왔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수락했고, “신년회가 국민 통합과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회에는 불참했었다. 당시 이 대표는 초청을 못 받았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고, 민주당은 “e메일로 초청장이 ‘띡’ 왔는데, 예정된 일정으로 참석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고 설명했었다. 초청 방식을 둘러싼 신경전이 노출되면서 사법 리스크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던 야당 대표와 여권 간 대결 국면을 상징적으로 압축했었다. 이번엔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를 통해 사전 연락과 함께 인편으로 초청장이 전달됐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많이 반성하고 소통하려고 한다”며 쇄신 의지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실천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다. 야당 대표와 공식 석상에서 소통한 것은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 때 사전 환담 자리에서 이 대표와 1분 남짓 말을 나눈 게 거의 전부였다. 대통령실은 여야 대표 회담이 먼저라는 입장을, 이 대표는 영수회담을 고집했다. 소통은 무위로 돌아갔고, 정쟁과 거야의 정략적 입법·탄핵 폭주가 난무했다. 국회를 방탄과 대결의 장으로 변질시킨 데는 야당 잘못이 더 크지만,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정부·여당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새해는 총선의 해다. 선거라는 게 기본적으로 여야 대결의 무대이기에 뜻하지 않게 생채기가 더 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가 그걸 보듬고 치유와 화합의 길을 도모해야 할 당위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신년회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당장 많은 얘기를 나누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클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새해 각오를 다지는 행사를 함께하는 것 자체가 대화 정치 복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아울러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 민심이 여권에 등 돌린 결정적 이유는 소통 부족이다. 강서구청장 보선과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 과정에서 대통령과 현장의 큰 괴리가 확인되지 않았는가. 현장의 쓴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 국민과 대화하는 접점부터 대폭 늘려야 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신년 회견은 독선과 독주로 비친 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를 직접 천명할 좋은 기회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나 ‘당정 관계’ 등 껄끄러울 수 있는 사안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할 때 지지율 반등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올해처럼 대통령이 특정 선호 매체만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소통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만 냈을 뿐이다. 민주주의 리더십의 요체는 소통과 대화다. 신년 회견으로 그 첫걸음을 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