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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통위 ‘2인 체제’는 문제 있다는 법원의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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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법 “위원 구성에 정치적 다양성이 반영 안 돼”

청문회 앞 김홍일 방통위원장 지명자 유념해야

전체 다섯 명의 상임위원 가운데 두 명만 참석해 이뤄진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은 문제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다. 지난 8월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으로 구성된 ‘2인 체제’ 방통위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의 후임으로 김성근(전 MBC 인프라본부장) 이사를 임명한 게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취임 당일 여권 성향의 김성근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자 권 이사장은 곧바로 방통위를 상대로 김 이사의 임명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 대해 지난 20일 서울고법이 1심에 이어 또다시 권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해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도록 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임명 처분은 단 2명의 위원들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루어져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인 체제’ 방통위의 결정은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전 방송위원회를 개편해 2008년 출범한 방통위는 합의제 기관이다.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인은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되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위원회 구성 방식과 방통위원 임기(3년)를 방송통신위원회법에 못박은 이유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주요한 방송 관련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방통위가 관여하는 우리 공영방송의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수장이 거칠게 교체되는 몸살을 앓았고, 이념화된 방송사 노조들이 가세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방통위법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나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는 돼 있다. 방통위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체제에서는 두 명의 방통위원이, 그 이전에는 세 명의 방통위원이 방문진 권 이사장 해임 등 무리수를 두다 법원에 의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언론학계에선 합의제 회의론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한 언론법 학자는 “방통위의 개념은 물론 공영방송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기형적인 방통위 체제에는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은 어렵더라도 향후 ‘5인 방통위 체제’를 갖춰야만 한다.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 지형에 휘둘리는 방송을 원하지 않는다. 인사청문회를 맞을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이번 법원 판결에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