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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50억으로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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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에 이어 내년 4월 총선 민심을 고려한 대통령실의 강력한 의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말 주식 개인 투자자가 기대한 ‘빅뉴스’지만, 한편에서는 혜택이 소수 ‘큰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기획재정부는 21일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부처 협의를 거쳐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다.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개정안은 내년 주식 양도분부터 적용한다. 예를 들어 올해 주식시장 폐장일(12월 28일) 기준 30억원어치 주식 종목을 들고 있는 투자자가 내년에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주주 양도세는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인 투자자를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차익에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정부는 지분율은 그대로 두고, 주식 보유 기준만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박금철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연말 주식 매도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는 연말마다 개인 투자자를 성가시게 하는 변수였다. 개별 주식을 10억원 넘게 가진 대주주가 연말 일부 물량을 매도해 보유량을 10억원 미만으로 떨어뜨렸다가 연초 다시 사는 경우가 많았다.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서다. 애꿎은 개미 투자자 사이에선 “대주주 양도세 때문에 연말마다 개미만 눈물 흘린다”는 얘기가 나왔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하지만 이번 조치로 직접 절세 혜택을 보는 대상이 극소수 큰손이란 측면에서 비판이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분 기준 주식 양도세를 낸 대주주는 7045명(양도세 2조1000억원)이다. 전체 투자자(1440만 명)의 0.05% 수준이다. 그간 ‘주식 부자’에 대해 무겁게 과세하는 흐름도 거슬렀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은 2000년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으로 내렸다. 이어 2016년 25억원→2018년 15억원→2020년 10억원까지 줄곧 하향했다. 10년 만에 다시 50억원 기준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번 대주주 기준 완화로 최소 7000억원 규모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준 완화에 부정적이었던 정부의 기존 입장과도 배치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 기준 완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실에서 개편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알려진 뒤 최상목 부총리 후보자는 19일 인사청문회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호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55% 내린 2600.02에 장을 마쳤다.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규모가 작아 이번 기준 완화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했던 코스닥 역시 전날보다 0.41% 내린 859.44에 장을 마감했다.

한 달여 전부터 예고된 사안이어서 이미 시장에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개인 ‘큰손’이 연말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매물 폭탄’을 던지는 현상이 완화돼 증시 안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는 완화 방침이 언제 확정될지 알 수 없었던 변수가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와 배당 기준일 분산 효과 등으로 우리 증시 고유의 연말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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