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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주류꼰대와 가짜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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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광기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

김광기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

‘이것’은 발암물질이라 우리 몸에 들어오면 홍조, 가려움, 졸림, 두통, 심박 증가 등의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보통의 경우 이런 반응을 우려하여 ‘이것’을 먹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 사람들은 꽤 흔하게 주변의 강요나 권유에 그 의지가 쉽게 무너지게 된다.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가 내 몸의 피해보다 보상이 더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술’이다. 음주할 때 이러한 거부반응을 경험하는 성인이 전체 인구의 약 40% 수준인데, 그럼에도 한 자리에서 소주 한 병 이상(여자는 5잔)을 마시는 고위험음주자가 전체 약 14%, 남자는 평균적으로 매년 20%이상이라고 한다. 신체 거부반응을 무시하고 ‘권주’라는 사회적 압력에 굴복하는 셈인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술을 못 마시면 능력 없는 사람, 사교성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술을 잘 마시면 재미있는 사람,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믿음의 근원은 농경사회 시절 육체노동의 에너지 원천으로 권장되던 ‘음주찬양문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살아있기 때문이다. 옛날에 만들어진 문화가 현재에도 작동되는 이유는 이것을 생산하고 확산하는 후대가 있기 때문인데 그 주범은 음주를 조장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보는 주체들이다.

음주의 일상화, 규범화, 정상화라는 메시지를 계속 재생산하는 곳 중 하나는 바로 미디어 매체이다. 최근 연예인이 등장하는 술방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은 방송을 통하여 “음주는 좋은 것이고, 누구든지 차별해서는 안 되며, 못 마시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술은 1급 발암물질이고 음주는 건강보험료 인상을 주도하는 주요 건강위험요인 중의 하나로 국민 모두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큰 도둑이다. 술이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세계심장협회(World Heart Federation)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근거는 무시한 채 “술은 좋은 것이니 함께 즐기자. 그게 정상이다”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확산하는 주체들은 ‘가짜뉴스 생산자’이고 이를 믿고 또는 믿고 싶어하며, 본인과 다른 사람들에게 권주하는 사람들은 ‘꼰대’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올해 음주폐해예방의 달을 맞이하여 보건복지부는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개정판)’을 발표하였다. 이를 계기로 술방을 송출하는 미디어 매체들의 자율적인 변화를 기대한다. 그리고 연말, 새해에는 주류꼰대로부터 벗어나 모든 사람이 건강한 몸을 위한 주체적인 주도자가 되길 바란다.

김광기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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