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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촬영중 20㎏ 갑옷에 응급실…처절했던 마지막 이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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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겨울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20일 개봉한다. 동아시아 최대 해상전투 노량해전의 스케일을 강조한 해전 액션을 펼쳤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올겨울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20일 개봉한다. 동아시아 최대 해상전투 노량해전의 스케일을 강조한 해전 액션을 펼쳤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진왜란 7년이 얼마나 처절했던가를 영화 찍으며 알았죠. 조선 인구 거의 절반에 달하는 400만명이 총‧칼에 죽고,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어마어마한 전염병이 돌아 군사도 잃었죠.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이 전쟁을 어떤 의미로 종결시킬 것인가, 이순신 장군의 고민을 절감했습니다.”

20일 개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3부작 마지막 이순신 배우 김윤석

배우 김윤석(56)에게 ‘노량: 죽음의 바다’는 코피 터질 만큼 고뇌한 영화였다. 그만큼 해냈다는 만족감도 큰 듯했다. 개봉 당일(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번 감기, 너무 독하다”며 잠긴 목소리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노량’은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 등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역대 흥행 1위란 대기록(‘명량’), 최민식(‘명량’)‧박해일(‘한산’) 등 앞선 주연 배우들의 존재감보다 “조선의 성웅 이순신이란 배역 자체의 부담이 컸다”고 한다. 김윤석은 모로코에서 영화 ‘모가디슈’(2021)를 찍던 중 e메일로 ‘노량’ 출연 제안과 함께 시나리오를 받았다.

'성웅 이순신' 보다 울었던 초등생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에서 최후의 이순신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을 개봉 당일(2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에서 최후의 이순신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을 개봉 당일(2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는 당대 스타 배우 김진규가 주연‧제작한 ‘성웅 이순신’(1971)을 초등학교 때 단체 관람하다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압송돼 감옥에 갇히고,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을 당시 장군의 나이가 되어 다시 마주하게 됐다.
이후 김한민 감독이 전수한 ‘이순신 특강’은 묵직했다. 무엇보다 ‘인간 이순신’에 새삼 눈 떴다고 김윤석은 돌이켰다. “위대한 영웅으로만 생각했던 이순신 장군이 7년간 겪은 일이 가슴 아팠다”는 그는 “가장 희생이 많았던 건 조선 백성들인데, 왜가 조선을 배제하고 명과 협상하는 과정, 명나라 황제가 ‘그만해라’ 하면 그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국제정세에서 이순신 장군이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그게 잘 드러난 게 ‘노량’”이라 했다.
그는 “장군님이 죽을 걸 알고 노량해전에 간 건 절대 아니라고 김 감독과 저는 판단 내렸다. 다만, 이 원수를 아낌없이 갚을 수 있다면 이 한 몸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마음은 가졌다”면서 “한 영웅의 죽음이 아니라, 400여년 전 태어나 직업이 군인이었던 50대의 한 사람이 죽는다는, 인간적인 모습이 관객에게 진실되게 다가가길 바랐다”고 했다.

선박 촬영중 멀미…갑옷에 코피 터져 응급실행

막내아들 면(여진구)이 왜적 칼에 살해되는 걸 아비로서 보는 장면이 “몸이 부들부들 떨릴 만큼 감정적으로 힘들었다”면, 육신을 괴롭힌 불청객은 멀미였다. ‘노량’에서 100분에 육박하는 해전 장면을 강릉 빙상경기장 선박세트에서찍을 때다.
배를 움직이는 장치 ‘짐벌’ 위에 배를 올려 찍다 보면 어김없이 멀미가 찾아왔다. “장군이 비틀대면 안 되는데 안 넘어지려고 손을 짚는 것도 ‘가오’가 안 서니까 나중엔 멍해지더라. 짐벌 소리도 기괴하고, 모두가 힘들었다”면서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점철된 작품은 카메라 위치, 방향, 조명 각도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안 된다. 머리 깨질 만큼 힘들게 영화를 찍고 있는 김 감독을 전폭 지원해야 했다”고 돌이켰다.
왜군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 역을 맡은 백윤식과의 연기 대결도 강렬하다. 김윤석은 “시마즈가 일본 귀신 중 하나로 불린다. (임진왜란 당시) 칠천량해전에서 조선군을 박살낸 게 그가 이끈 ‘살마군’이다. 그 시마즈와의 일전이 가장 강력할 텐데 네 작품(‘범죄의 재구성’ ‘타짜’ ‘천하장사 마돈나’ ‘전우치’)을 함께한 선생님이 맡으신다니 정말 기뻤다. 당시 이순신도 피할 수 없는 싸움, 한 놈도 남김없이 다 섬멸해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라며 “촬영 중 만날 수 없었지만 잠깐 찍어놓은 것만 봐도 대단하셨다”고 말했다.
입고 벗을 때마다 세 사람이 달라붙어야 할 정도로 무거운 20㎏ 철갑옷에 촬영 내내 짓눌리다 코피가 안 멈춰 응급실에 갔던 적도 있다고 한다. 백윤식이 입은 갑옷은 일본 큐슈 지방 시마즈 가문의 장인이 만들어 30㎏이 넘었다.

"조선은 판소리로 한푸는 민족? 멈추지 않아야 할 때"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과 격돌하는 왜장수 시마즈 요시히로 역은 배우 백윤식이 연기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과 격돌하는 왜장수 시마즈 요시히로 역은 배우 백윤식이 연기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떤 질문에도 답변은 매번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감탄으로 되돌아왔다. “의금부 옥에 갇혀 어디 가서 지지고, 어디선 묶고 때리고…, 옥에 갇힌 자식 얼굴 보러 오던 어머니는 배에서 돌아가셨다. 삼년상도 못 치르고 선조가 나가 싸우라고 한 게 명량해전이었다. 기적적 승리를 거두고 나니 아들 면이 살해된다. 이런 걸 경험하는 생애가 어떤 걸까”라고 김윤석은 연기 당시 감흥을 밝혔다.
"내 죽음을 내지 말라"는 널리 알려진 최후의 말을, 영화에선 눈을 뜬 채 영면하는 걸로 그렸다. 김윤석은 “'결코 이 전쟁을 이렇게 끝맺지 말고…' 라는 말을 못 끝내고 돌아가시는 걸로 연기했다”면서 “참된 삶을 위한 의로운 죽음을 기억해달라”고 힘줘 말했다.
“조선은 400만명이 죽었는데 그 한을 또 판소리로 풀어야 하나, 굿하고 살풀이만 하는 민족이 돼야 하냐는 거죠. 멈추지 않아야 할 때는 멈춰선 안 된다, 올바른 끝맺음을 해야 한다. ‘노량’이 전하고픈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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