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문호인 루쉰(魯迅)의 저서 『고향』의 한 대목을 인용해 ‘정치 경험이 없다’는 일각의 비판에 맞선 것이다. 이날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비대위원장직 제안이 오면 마다치 않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 전에 기자들과 만나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에 대해선 “어떤 제안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제가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또 ‘윤석열 아바타(avatar·분신을 의미)’라는 지적에 대해선 “저는 지금껏 공직생활을 하며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다”며 “그 과정에서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자기들이 이재명 대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절대 복종하니까 남들도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법사위 개의 시각(오후 2시)보다 30분 앞서 국회에 도착한 한 장관은 이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응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답변했다. 그는 민주당 등이 28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악법”으로 규정했다. 한 장관은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면서도 “(특검법안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다. 그리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은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선 “내용을 보면 일단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느냐”며 “몰카 공작의 당사자인 서울의 소리가 고발했던데, 우리 시스템에 맞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또 “이걸 물어보면 왜 내가 곤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이야말로 이재명 대표를 옹호하는 데 바쁘니까, 나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 건가”라고 꼬집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관련해선 “그간 민주당은 이 수사가 기획 또는 조작, 그리고 부당한 수사라면서 검사 좌표 찍으면서 계속 입장을 내왔다”며 “막상 영장이 발부되니까 (송 전 대표가) 탈당했으니 입장이 없다고 한다. 국민이 보기에 황당하다고 느낄 것 같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말 비대위원장 지명을 완료할 방침이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20일엔 상임고문단 회의를 연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주중 비대위원장 인선 관련 의견 수렴을 마칠 것”이라며 “윤 대행이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이 19일 2차 영입 인재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영입 인재는 ▶호준석 전 YTN 앵커 ▶탈북민 출신 김금혁 보훈부 정책보좌관 ▶다문화가정 출신 공지연 변호사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정혜림 KAIST 녹색경영정책학과 학생 ▶청년 창업가 심성훈 패밀리파머스 대표 ▶스마트농업 스타트업 기업가 임형준 네토그린 대표 ▶최수진 한국공학대학교 교수 ▶윤도현 자립준비청년도움(SOL) 대표 등 9명이다. 이 중 5명이 1990년 이후 출생이고 4명은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