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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되찾은 8세 소년 “한국 의사선생님 감사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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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키르기스스탄 소년 알리누르(왼쪽)와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키르기스스탄 소년 알리누르(왼쪽)와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선생님들이 예쁜 얼굴을 다시 갖게 해주셨으니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과 실컷 놀 거예요.” 얼굴 절반을 뒤덮은 화상 흉터와 무너진 코를 갖고 있던 키르기스스탄 출신 8세 소년 알리누르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알리누르 화상 흉터를 제거하고, 기형이 된 코를 재건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9일 밝혔다.

키르기스스탄 마나스 지역의 시골 마을에 살던 알리누르는 2021년 화학용 액체가 얼굴에 튀어 눈·코·이마 등 얼굴 중안부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화상으로 인한 붓기로 사흘 동안 눈앞이 보이지 않았고, 후유증으로 코 모양이 변형되는 영구적인 기형이 생겼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에서 화상 치료를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없었다.

집에서 40㎞ 떨어진 병원에서는 흉터가 더 커지지 않게 하는 간단한 치료만 해줄 뿐이었다. 흉터 치료 수술은 ‘14세가 넘어야 가능하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수술하더라도 총 4번의 대규모 수술을 해야 하는데, 현지 의료진은 이를 성공시킬 자신이 없다고 했다. 알리누르는 화상 부위가 햇볕에 노출되면 가려운 데다 심리적으로도 움츠러들어 친구들마저 만나지 않는 은둔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2년을 버티던 중, 지난 7월 키르기스스탄을 찾은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을 만나면서 희망이 생겼다. 알리누르를 진료한 서현석 성형외과 교수는 “한 번의 수술로 끝나지 않는 고난도 수술이라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알리누르의 치료비용은 전액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9일 한국을 찾은 알리누르는 정밀검사를 거쳐 수술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은 두 번의 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자신의 얼굴을 되찾게 된 알리누르는 20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알리누르는 “화상을 입은 후로는 방 안에서 세계지도를 보며 혼자 노는 게 유일한 재미였는데, 이제는 어른이 되어 세계지도에서 봤던 나라들에 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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