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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점입가경…이번엔 총사령관이 젤렌스키 공개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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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군 수뇌부와 대통령 간의 갈등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원이 줄어 가뜩이나 힘든 우크라이나의 전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왼쪽)이 지난 11월 2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홀로도모르(대기근) 희생자들의 기념비를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왼쪽)이 지난 11월 2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홀로도모르(대기근) 희생자들의 기념비를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를 인용해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전국 병무청장을 전원 해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날 한 행사장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이 신병 모집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들은 전문가들이었고, (모병을) 어떻게 하는지 알았는데, 그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감사 결과 부정 축재나 징병 대상자의 국외 도피 알선 등 권한 남용 사례들이 드러났다면서 전국 각지의 병무청장들을 전원 해임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지지와 EU 가입을 이루기 위해 부패를 척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실무진이 무더기 해임되면서 모병이 잘 이뤄지지 않아 일선 병사들을 대체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입대자가 감소하고 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병사들이 다른 병사로 대체되어야 하므로 이전에 일했던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를 든 모양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가운데)이 지난 11월 3일 우크라이나의 비공개 장소에서 포병 훈련 센터를 시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가운데)이 지난 11월 3일 우크라이나의 비공개 장소에서 포병 훈련 센터를 시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견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에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한 소모전에 접어들어 전쟁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려워 돌파구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쳤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지치지만, 그렇다고 교착 상태를 뜻하지는 않는다"며 "우리에겐 포기할 권리가 없다"며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기고문을 비판했다. 이후 둘의 대조적인 입장에 불화설이 불거졌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군의 현대화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1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발탁 받아 우크라이나군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개전 이후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신무기를 잘 활용해 성과를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부서지지 않는 철의 장군'이란 별명이 붙는 등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서도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에 걸림돌이 될까 봐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그랬던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최근 서방이 약속했던 지원이 불확실해지고 전황도 교착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조건 승리를 강조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은 표출하기 시작했다.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최근 익명의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사령관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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