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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젤렌스키 지원 호소에도…“돈 줘야 하나” 여론 시큰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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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군사 지원 호소를 위해 미국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국방대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왼쪽)과 나란히 섰다. [로이터=연합뉴스]

군사 지원 호소를 위해 미국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국방대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왼쪽)과 나란히 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두 번째 겨울’로 접어든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군사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세 번째 방미길에 올랐지만, 전쟁 장기화로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는 물론 우크라이나 내부 역시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등이 배석한 워싱턴의 국방대 연설에서 “미 의회의 난맥상을 보며 고무될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며, (지원금) 지연을 보는 것은 그들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세계가 주저할 때 러시아 독재정권은 이를 축하할 것”이라고도 했다.

젤렌스키의 방미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 614억 달러(약 80조7200억원)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연내 바닥날 것으로 보이지만,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대신 미국의 국경 관리 예산을 강화하라”며 예산 통과를 미루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설득에 나섰지만, 우크라이나 지원금을 포함한 1050억 달러 상당의 긴급 예산은 지난 6일 상원에서 부결됐다.

젤렌스키의 호소에도 미국 정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공화당의 JD 밴스 상원의원은 “돈 달라고 미국에 구걸하러 오는 사람들(beggar)에게 오기만 하면 다 줘야 하느냐”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젤렌스키는 12일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매코널 원내대표를 비공개 면담하고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한다.

워싱턴 분위기는 1년 전과는 대조적이다. 젤렌스키가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을 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후 하원 주도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갔고 지난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면서 두 전쟁을 지원하는 데 대한 미국인의 곱지 않은 시선이 늘고 있다.

설상가상 유럽의 지원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는 오는 14~15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회담 전부터 헝가리 등이 지원에 난색을 보이면서 타결이 어려운 상황이란 관측이 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젤렌스키를 향한 불만이 나온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달 초 독일 슈피겔 등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점점 고립돼 가고 있으며, 독재자가 되고 있다”면서 “결국 실각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젤렌스키는 “계엄 상황에선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던 우크라이나 대선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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