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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빼앗긴 봄' 상징 67세 이 기업인 "수감되면 의미있는 삶"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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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라이의 2020년 사진. 그는 그해 제정된 홍콩 국가보안법에 의해 구속됐다. 19일 재판이 시작됐다. AFP=연합뉴스

지미 라이의 2020년 사진. 그는 그해 제정된 홍콩 국가보안법에 의해 구속됐다. 19일 재판이 시작됐다. AFP=연합뉴스

"감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평화로운 삶이겠지만, 수감이 된다면 의미있는 삶이 될 거라 믿는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빈과일보 발행인, 지미 라이가 2021년 BBC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그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 2020년 홍콩 당국은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정식 재판은 이달 19일 시작됐는데, 80일간 진행 예정이다. BBC 뿐 아니라 이코노미스트ㆍAP 등 다양한 영미권 매체들은 "가짜(sham) 재판"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지미 라이에게 중형을 선고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지미 라이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홍콩의 국가보안법은 홍콩 자치권 보장을 요구하는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중앙정부가 2020년 제정했다. 중국 공산당이 반중으로 간주하는 홍콩 내 야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하며, 경찰은 혐의가 의심되는 모든 이들을 직업 및 국적을 막론하고 조사 및 체포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홍콩에 있던 아시아 본부를 철수하고 서울로 이전한 것도 기자들의 안전을 우려한 바가 컸다.

홍콩의 자치권 및 민주주의 옹호 목소리를 강하게 내던 빈과일보 역시 철퇴를 맞았다. 지미라이는 2020년 뉴스룸에서 바로 연행됐다.

빈과일보와 지미 라이의 지지자들이 2020년 정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빈과일보와 지미 라이의 지지자들이 2020년 정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미 라이가 처음부터 민주주의 운동가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본래 의류 기업을 세운 경제인이다. 중국 본토 광저우에서 태어났지만,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어린 시절 이주했다. 1947년 생인 그가 홍콩인이 되었을 때 홍콩은 여전히 영국령이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건 1997년이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홍콩으로 왔을 때 내 수중엔 1달러 밖엔 없었다"며 "하지만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덕분에 기업을 일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빈과일보와 넥스트TV 등, 중국 중앙 정부 입장에서 보면 눈엣가시인 논조의 언론사들을 세웠다. 빈과일보와 넥스트TV는 거의 마지막까지 반중 목소리를 인쇄하고 방송한 매체였다.

지미 라이는 2021년 BBC와 자택 인터뷰에서 "아마 이게 내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하는 마지막 인터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이어 "나는 천성 자체가 반항적이고, 억압받는 걸 견딜 수 없다"며 "그 이유로 내가 수감되는 건 괜찮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이라며 말을 끝맺지 못했다.

지미 라이를 태운 호송차가 법정에 도착한 현장. AP=연합뉴스

지미 라이를 태운 호송차가 법정에 도착한 현장. AP=연합뉴스

19일부터 법정에 서는 지미 라이의 형량은 현재 종신형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홍콩 보안법은 국가 전복을 주도한 사람에 대해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라이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19일 법정엔 라이의 부인 테레사 등을 포함해, 그와 절친한 사이인 추기경 조셉 젠(92)도 함께 출석했다고 가디언 등은 전했다. 라이의 재판은 중국 대 반중 영미권의 대결 구도의 상징처럼 진화 중이다. 미국 국무부 역시 18일(현지시간)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언론사주인 지미 라이에 대한 불공정한 재판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법정 밖에서도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모여 홍콩과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웡 할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민주화 운동가 알렉산드라 웡(67)은 BBC에 "빈과일보를 다시 읽고 싶다"며 "나는, 우리는 진실을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라이의 석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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