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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회국회 「예산흥정」 밤샘/예결위 계수조정 막판진통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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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당 카드 감춘 채 양보 촉구/야 “국방비 삭감” 여 “곤란” 한때 험악/「지역사업 끼워넣기」 줄었지만 여전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 9인 소위는 17일 오전 세입쪽의 재무위에서 2천27억원의 순삭감 규모를 통보해옴에 따라 이날 오후부터 본격적인 계수조정작업에 들어가 세출의 삭감규모와 삭감내용을 놓고 밤샘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삭감목표가 서로 달라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열기로 한 예결위 전체회의도 미뤄지고 본 회의도 늦어지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민자당측은 3천6백50억원을,평민당측은 5천6백억원의 삭감규모를 내놓고 끌고 잡아당기기를 하다 삭감규모는 18일 오전 4시쯤 대체로 의견절충이 모아지는 듯 했으나 삭감내용이 맞지않아 다시 뒤집어지는 등 어려운 흥정이 계속됐다.
○…계수조정소위 초반전은 서로의 의중을 읽는 탐색전을 펴다가 17일 오후 11시쯤 기본리스트를 교환.
민자당측은 예산을 짠 뒤 새로 필요하게 된 ▲페르시아만사태 분담금 3백15억원 ▲한소 경협에 따른 수출입은행출자금 5백억원 ▲농어촌구조 조정자금 1천억원 등 증액요인분과 세입삭감분 2천27억원을 합쳐 3천8백억원을 다른 항목에서 삭감,끌어다 써야 한다고 설명.
이에 평민당측은 경제기획원의 일반 예비비 중 안기부 사용분,자유수호 총연맹 등 관변단체보조금,경부고속전철사업비,주한미군 주둔비 직접 부담금 중 인건비,전력증강비 일부,우편검열용에 드는 우정연구소 사업비 등 1백개 항목에서 5천6백억원을 깎자고 제시.
양측은 대신 협상용으로 쓸 증액규모와 항목에 대해선 숨겨놓고 계속 서로 양보선을 먼저 제시할 것을 요구.
이중 대외적으로 모양새도 좋고 호평을 들을만한 농어촌구조조정사업(1천억원)과 결식아동 해소를 위한 국교생급식비 확대사업 2백86억원은 다른 것을 깎아 집어넣기로 첫 타결.
18일 오전 3시쯤 김용태 위원장과 김봉조 간사 등 민자당측은 삭감항목 카드를 던졌으나 조세형 평민간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
조 간사와 김영진 의원은 특히 민자당이 추곡수매안 처리 대가로 내놓은 농어촌구조조정자금 1천억원에 대해 『민자당측이 빚투성이인 양곡특별회계에서 꿔다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이라고 비난하고 『다른 급하지 않은 일반회계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
논란을 빚은 수출입은행 출자금은 평민당측은 당초예산 1백50억원 중 50억원을 삭감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민자당측이 뒤늦게 5백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나서 공방.
이 출자금은 소련과의 경협에 따른 국내업체의 지급보증 및 연불수출 지원을 위한 것인데 정부와 민자당은 『노 대통령의 방소 후속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득.
또 국회동의를 받지 않아 말썽을 빚어온 주한미군 주둔경비 직접부담금 중 인건비 3백75억원에 대해서 평민당측이 전액 삭감을 주장했으나 민자당이 한미간 특수관계와 민감한 외교사항임을 내세워 양해를 요청하는 등 진통.
계수조정소위의 외교관 출신인 지연태 의원(민자)은 『그레그 대사의 편지를 보니 며칠안에 관련 협정이 체결되고 양국 특수관계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예산자체가 국회 동의를 받는 것이니 만큼 협정에 동의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으나 평민측은 계속 절차상 이의를 제기.
민자측은 외교적 고려도 있고해 5천만달러 중 반정도만 반영하고 나머지는 추경을 통해 하자는 절충안을 제시.
○…지루한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다가 오전 5시쯤 김 위원장과 민자·평민간사 3명만 만나 절충을 했으나 대전 EXPO지원금 일부 삭감만 새로 맞춰졌고 주요 삭감내용에선 계속 교착상태.
조 평민간사는 최종적으로 20개 항목 4천억원을 제시하면서 국방비,안기부 은닉예산으로 추정되는 예비비 등에서 무언가 성의를 보여줄 것을 「마지노선」으로 통보.
그러나 오전 6시쯤 박청부 기획원 예산실장이 새로 작성한 안을 놓고 절충에 들어갔으나 정부측에서 예비비·국방비 삭감이 곤란하다고 고충을 토로하자 평민측이 폭발.
조 평민간사는 『그런식으로 하려면 때려치워라. 사기치는 것이냐 』며 민자당안을 내놓으라고 소리치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
○…이번 계수조정작업에선 작년 여소야대 시절처럼 「지역구사업 끼워넣기」가 줄었지만 몇가지 항목에서 민자·평민 양당이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
평민당측은 전북 부안·김제·고창을 연결하는 「새만금(만경강을 막은 둑) 간척지」 사업비(1백억원)와 서해안 고속도로 예산증액을 요구.
새만금 간척지사업은 김대중 평민총재의 주요 「관심사항」으로 지난 8월 휴가 때 현지에 내려가 주민들에게 예산반영을 약속했다는 후문이며 예결위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관철시키라』는 지시를 했다는 얘기.
평민당측은 국토의 균형개발,서해안시대 개막과 연결시켜 강조하고 있는데 예결위 주변 일각에선 정부·여당의 소위 「전북 홀로서기」에 대항하기 위한 평민당 대응의 일환이라고 분석.
김 위원장은 『작년처럼 끼어들기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각당 중진과 예결위원들의 지역구 사업비 끼어들기는 없을 수 없게 마련.<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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