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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선 '재미' 봤는데…中, 중동서 만난 뜻밖 악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구에서 컨테이너 화물선이 출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6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구에서 컨테이너 화물선이 출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산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유럽 수출의 핵심 통로인 홍해-수에즈 운하 노선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 중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경제적 특수를 누린 중국이 이스라엘 전쟁에선 비용 증가란 악재에 휩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최근 “이스라엘 전쟁으로 많은 화물선이 중국에서 유럽연합(EU)으로 가는 핵심 물류 통로인 수에즈 운하를 우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화물선이 택한 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 대서양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길이다. 수에즈 운하 노선보다 9000~1만㎞를 더 항행해야 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중국 시장정보기관 CIB리서치의 왕정청 연구원은 중국 경제전문지 차이신(財新)에 “중국 자동차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데 드는 시간은 (수에즈 운하 노선보다) 2주, 비용은 20% 증가할”이라며 “그 외에 선박 보험료, 보안 비용 등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티 반군 위협에…홍해 피하는 中선박

지난 11월 19일 예멘 후티 반군의 무장대원이 홍해에서 화물선 '갤럭시 리더'에 올라타 조타실을 습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1월 19일 예멘 후티 반군의 무장대원이 홍해에서 화물선 '갤럭시 리더'에 올라타 조타실을 습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간과 돈이 더 드는데도 돌아가는 건 수에즈 운하에서 직선거리로 200㎞가 채 안 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 때문이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16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작전 중이던 구축함 카니호가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이 발사한 무인기(드론) 14대를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영국 구축함 HMS다이아몬드도 상선을 겨냥한 드론 한대를 격추했다. 영국 해군이 경중 표적을 격추한 것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처음이다.

앞서 후티 반군은 14일 오만 남부에서 사우디 제다로 항해 중이던 홍콩 국적 화물선 머스크 지브롤터도 미사일로 공격했다. 11일과 13일에도 후티는 홍해를 지나는 노르웨이와 마셜제도 국적 유조선을 각각 미사일로 공격했다. 3일에도 미 해군 군함 한 척과 상선 여러 척이 홍해에서 후티 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후티는 지난달 19일 홍해에서 운항 중이던 일본 해운사 소속 선박 ‘갤럭시 리더’ 호를 나포한 이후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지속해서 공격하고 있다. 명분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한 것에 대한 응징이다. 후티 측은 9일 “가자지구가 필요한 식량과 의약품을 받지 못한다면 국적과 관계없이 이스라엘 항구로 향하는 홍해 상 모든 선박이 우리 군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해-수에즈 운하 노선은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해상 무역량의 12%를 차지한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도 이곳은 유럽 수출의 주요 통로다. 후티의 공격에 동아시아 3국의 근심이 깊은 이유다.

한·미·일과 달라…군사대응 꺼리는 중국

지난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를 사열하며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를 사열하며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일본과 사정이 또 다르다. 한·일은 자국 선박 보호를 위해 군사 자원을 활용하는 미국의 방식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군은 홍해 지역에서 다국적 함대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5일 “우리는 필수적인 관문이자 국제 수로인 홍해에서 자유로운 교역이 더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해양 기동부대와 관련해 며칠 내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홍해와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연합해군사령부(CMF) 예하 기동부대인 CTF-153를 언급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CTF-153 참여국 확대를 위해 국제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CMF는 중동 지역 해상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 만든 다국적 해군 연합체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총 39개국이 참여 중이다. 한국 청해부대는 CMF산하 또 다른 부대인 CTF-151에서 활동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중국은 CMF에 가입하지 않았다. 중국이 중동 해상에서 군사 행동에 나서길 꺼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중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판해 온 입장에서 비슷한 명분을 내세우는 후티 반군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걸 껄끄러워할 것”이라며 “후티를 후원하는 이란과의 우호 관계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모하마드 레자 아쉬티아니 이란 국방장관은 14일 미국의 CTF-153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 “그들이 그런 비이성적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들은 놀라운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주공산’ 러 자동차 시장 장악한 中

지난 7월 러시아 모스크바주 류베르치에 중국 전기차 브랜드 제투어가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월 러시아 모스크바주 류베르치에 중국 전기차 브랜드 제투어가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이스라엘 전쟁에 앞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경제적 이득을 누렸다. 대표적 분야가 자동차다. 중국자동차제조사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1~10월 390만여 대 차량을 수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60% 늘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특히 러시아와 유럽 시장의 활황이 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에선 미국과 EU가 주도한 경제 제재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철수하면서 무주공산(無主空山) 이 된 시장을 장악했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러시아 시장의 자동차 브랜드별 점유율에서 중국산 차량은 25.8%로 수입 브랜드 중 압도적인 1위였다. 수입차는 기아(1.4%)와 스코다(0.1%)를 제외하면 모두 중국 브랜드다.

보조금 줄자…싼 中전기차 유럽 공략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비야디가 만든 전기차 SUV 실유(SEAL U)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비야디가 만든 전기차 SUV 실유(SEAL U)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에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판매가 크게 늘었다. 독일 조사업체 슈미트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1~9월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판매 규모는 40만여 대로 유럽 내 전기차 신차 판매 규모의 30%를 차지했다.

여기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향을 미쳤다. EU와 영국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럽 내 전기차 수요는 커졌는데, 정작 전쟁 이후 각국에선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을 줄였다. 독일은 올해 가격이 4만 유로(약 5361만원)인 전기차를 살 때 보조금을 6000유로(약 804만원)에서 4500유로(약 603만원)로 줄였다. 영국은 아예 보조금을 없앴다. 이에 유럽산보다 상대적으로 20% 이상 가격이 싼 중국산 전기차의 인기가 EU 내에서 높아졌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스라엘 전쟁에 中공급망 어려움 가중

이집트 수에즈 운하관리청(SCA)의 예인선이 지난 6일 수에즈 운하에서 멈춰선 컨테이너선 '원 오르페우스호'를 끌고 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집트 수에즈 운하관리청(SCA)의 예인선이 지난 6일 수에즈 운하에서 멈춰선 컨테이너선 '원 오르페우스호'를 끌고 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스라엘 전쟁으로 중국 자동차 업계는 물류비용 급등이란 변수를 맞닥뜨리게 됐다. 중국은 유럽으로 수출할 때 인도양과 홍해,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최단거리 노선에 의존했다. 러시아 수출도 극동 연해주 이외에 모스크바와 가까운 흑해 노보로시스크항으로 가는 수에즈 운하 노선도 많이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한 해운 선사가 이스라엘의 ‘레이카캐리어스’다. 후티 반군의 공격 표적이 될 것이 뻔한 이스라엘 선사지만, 지난 2021년 11월 기준 전 세계 물동량의 9%를 담당한 이 회사를 대체할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중국 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희망봉 루트를 택한 이유다. 차이신은 “반도체 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많이 끊어진 와중에 수출이 급증하면서 중국 자동차 업체는 이미 선박 부족과 높은 운송 비용에 직면했었다”며 “이스라엘 전쟁으로 비용과 시간에 더 쫓기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7일 파나마의 파나마 운하를 한 컨테이너선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7일 파나마의 파나마 운하를 한 컨테이너선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은 미국 시장의 관문인 파나마 운하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나마 운하 주변에 닥친 역대급 가뭄으로 운하 갑문에 물을 끌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서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는 두 대양의 수위 차이 때문에 갑문에 물을 들이고 내보내며 운하를 유지했는데 가뭄으로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중국 해운업계 전문가인 우밍화는 GT에 “파나마 운하를 거쳐 미 동부로 가야 할 물품이 LA와 롱비치 등에서 하역한 뒤 육로나 열차로 동부로 가면 운송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대로면 내년까지 위험…세계 공급망 초비상

이 같은 어려움은 사실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물류 업계는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 변수로 인한 운항 차질로 비상 상태다. 물류비용이 치솟고 있다. 덴마크 대형 운송·에너지그룹 ‘묄러-머스크’는 컨테이너 1대당 50~100달러의 추가 운송 비용을 부과하기로 한 상태다. 마르코 포지오네 수출국제무역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물품이 있을 것”이라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내년까지 공급망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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