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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매출 50배, 서울 왜 가요…20대 '디지털 사장' 지방 대박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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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서울 대신 비(非)수도권에 거주하며 온라인 창업에 도전하는 90년대생 ‘디지털 상공인’들이 크고 있다. 음식·패션·잡화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자영업도 정보기술(IT) 플랫폼을 통해 급성장하는 이른바 ‘자영업의 스타트업화(化)’가 지역 청년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17일 중앙일보가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 의뢰해 연령대별 신규 판매자(9월 기준)의 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20대에서 비수도권 거주자 비율이 39%로 나타나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30~50대 디지털 상공인 중 비수도권 거주자 비율(36%)보다 3%포인트 높은 수치다.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3년사이 20대 비수도권 신규 판매자 수가 추세적으로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자 57만명에 달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분기당 수만 명이 신규 창업자로 등록하는 국내 대표적인 소상공 창업 플랫폼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화면. 사진 네이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화면. 사진 네이버

이게 왜 중요해

국내 20대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 비율은 54.9%(11월 말 기준)로, 20대는 30대(56.5%)에 이어 두번째로 수도권 거주를 선호하는 세대다. 질 좋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 등을 찾아 이동하기 때문. 그래서 20대의 수도권 유입 인구도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KOSIS)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20대 59만 1000명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20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연령대에선 수도권에서 빠져나간 인구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소상공인의 추이를 보여주는 이번 조사에서는 비수도권 거주 20대들이 지역 경계를 허물고 성장 기회를 찾으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20대의 경우 온라인 생태계에 익숙한 만큼 서울로 오지 않고 로컬(지역)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나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지으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전국구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의 장점을 잘 알고 활용하는 새로운 세대의 상공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도 스타트업처럼

실제 온라인 플랫폼을 잘만 활용하면 전통적인 자영업도 스타트업처럼 빠른 시간에 크게 성장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스토어 창업자 중 연 매출 1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는 판매자 수(6월 말 기준)는 4만 5000여 명. 2017년 1만 1000명에서 4배 이상 늘었다. 전체 판매자 중 7.9%에 해당된다.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센터장은 “최근 들어 지역 거주 청년들이 스마트스토어를 중요한 창업 도구로 생각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이라며 “자영업이라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다른 IT 스타트업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는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적어도 청년 세대에서는 스타트업과 소상공인 창업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며 “지역에서 살더라도 내 브랜드를 만들면 온라인에서 전국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게 되면서 생긴 변화”라고 덧붙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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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용 명란을 판매하는 부산 ‘허명란’이 대표적 사례다. 아버지, 언니와 함께 2017년 명란 사업을 시작한 1991년생 허동관(32) 대표는 2019년 스마트스토어를 열었다. 오프라인 가게의 입지 문제로 판매가 시원치 않자 온라인으로 눈을 돌린 것. 브랜드 캐릭터를 만드는 등 여러 시도 끝에 온라인 구매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가파른 성장 곡선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100만원 안팎이던 월 매출이 지난해 5000만~7000만원으로 늘었다. 온라인 인기는 오프라인 확장으로도 연결됐다. 가게 옆에 카페를 열어 명란을 활용한 빵을 팔고 있다. 허동관 대표는 “현재 수도권 구매자의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며 “디지털 창업 덕분에 원래 살던 곳과 가족을 떠나지 않고서도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이용 명란 브랜드 '허명란'을 만든 허지선(왼쪽) 허동관 대표. 사진 네이버

구이용 명란 브랜드 '허명란'을 만든 허지선(왼쪽) 허동관 대표. 사진 네이버

해물파전·홍합탕 밀키트 등을 통영에서 판매하는 ‘씨씨통영’도 온라인에서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1995년생 차민서(28) 대표는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서울 사는 캠핑족을 타깃층으로 설정해 판매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디지털 상공인, 뭐로 창업하나

90년대생 디지털 상공인들은 패션 아이템 창업을 선호했다. 연령대별로 창업 카테고리를 분석한 결과 20대는 생활건강, 패션의류, 패션잡화, 식품 분야에서 많이 창업했다. 특히 패션의류 분야는 20대 상공인들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선 20대 사장님이 40대보다 170%, 50대보다 434%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온라인 패션 소비자들이 젊기 때문에, 판매자도 20대가 많은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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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두 손엔 IT 솔루션

젊은 디지털 상공인들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IT 솔루션도 적극 활용한다. 실시간 모바일 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를 유도하는 ‘쇼핑라이브’가 대표적이다. 20대 사장님들은 9월 한달 간 평균 4.8건의 쇼핑라이브를 진행했고, 30대는 5.2건의 방송을 했다. 40대(4.5건), 50대(3.75건)보다 많았다.
유니콘경제연구원 유효상 원장은 “청년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플랫폼이 대중화되니까 소자본 창업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디지털 상공인 분야에 지역 청년들이 적극 뛰어들고 있다”며 “어디에 살든지 창업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전보다 창업 기회가 저렴하고 편리하게 제공되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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