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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흔들며 도와달라 했는데”…이스라엘, 인질 3명 오인 사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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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사진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이스라엘 정부에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사진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이스라엘 정부에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붙잡힌 자국 인질 세 명을 오인 사살한 것을 시인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혀 국내외 비판에 직면했다. 이스라엘에선 인질 석방을 위해 휴전하라는 시위가 벌어졌고, 우방국 영국·독일에서는 2차 휴전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전날 가자지구에서 자국 남성 인질 세 명이 이스라엘군에 사살된 것을 언급하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면서도 “인질의 귀환과 승리를 위해서는 군사적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얻은 교훈으로 인질들을 데려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하마스와의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지난 15일 유럽에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나 인질 석방을 논의했다고 미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카타르의 고위 관리가 회동한 것은 지난달 말 7일간의 휴전 이후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짧은 휴전 이후 이달 초부터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공격을 재개하고, 인질 협상단 파견을 부결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세자이야에서 작전하던 중 자국인 인질을 오인 사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질 석방 협상을 재개했다.

당시 인질들은 흰색 상의를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 백기처럼 보이게 흔들고 히브리어로 “도와 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유인작전으로 오해해 총격을 가했다.

찰리 허버트 전 영국군 장군은 BBC에 출연해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 중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사망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군의 전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가자지구 공세를 이어가는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국민 수천 명이 텔아비브에 모여 “집으로 모두 데려오라. 지옥에서 구출하라”고 외치며 인질 석방과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선데이타임스 기고문에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평화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휴전으로 가는 길을 닦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12일 “이스라엘은 무차별 폭격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입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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