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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지도부, 한동훈 비대위 속도전…"2012년 박근혜" 거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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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교정시설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및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협약식에서 신상진 성남시장의 인사말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교정시설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및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협약식에서 신상진 성남시장의 인사말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번주 중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전환을 목표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한동훈 비대위’ 출범의 필요성을 개별 국

회의원, 원외당협위원장에게 설파하면서 대세론을 키우는 분위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18일 국회에서 지도부와 국회의원, 원외당협위원장 등 200여명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주재한다. 윤 권한대행은 17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전국여약사대표자대회 개회식’ 후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주는 분도 있고, 걱정하는 분도 있다”며 “내일 원·내외 당협위원장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통해 총의를 모을 생각”이라고 했다. 일단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을 위한 공감대를 모으는 자리라는 해석이 당 내에선 유력하다. 〈중앙SUNDAY 12월 16일자 1면〉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지도부 인사가 주말 동안 각 원외당협위원장에게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이에 공감하는 인사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일부 당협위원장은 공개 찬성 의사를 하나둘 밝히고 있다. 김화진 전남도당위원장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전남도당 당협위원장 10명 중 8명이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는 것에 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당내에선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당 내 일각의 이견이 해소될 경우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이 크며, 조만간 사직서를 내고 입당할 것”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비대위’가 유력하게 거론된 뒤 속도가 확 붙은 모습이다.

①2012년 박근혜 비대위 거론하는 지도부

당내 주류가 ‘한동훈 비대위’를 미는 주된 이유는 내년 4·10총선에서 스타성을 갖춘 한 장관이 전면에 나서야 이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장관은 16%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19%)에 이은 2위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익명을 원한 최고위원은 중앙일보에 “대중적 지지를 받는 한 장관을 모셔야 당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며 “무난한 비대위는 자칫 총선도 무난하게 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들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과반 의석으로 이끈 ‘박근혜 비대위’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는 2011년 하반기 재·보궐선거 참패로 홍준표 지도부가 출범 5개월 만에 무너진 뒤 등장했다. 이후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또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 25%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등 인적 쇄신을 단행해 결과적으로 총선에서 152석 과반을 얻어 승리했다.

영남권 재선 의원은 “당시 유력한 차기 주자였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쥐었기 때문에 당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지금은 차기 주자로 손꼽히는 한 장관이 나서야 당이 변화를 제대로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②반대파 “김주애 만들려고 하나”

하지만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15일 의원총회에서 당내 비주류인 김웅 의원이 주류의 추대 움직임에 반발해 “북한이 김주애에게 하듯이 한 장관을 새 영도자로 추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냐”고 반발하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비윤 성향의 당협위원장은 “대통령의 최측근을 당의 얼굴로 세우면 현재 30%대인 대통령 지지율에 갇혀서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밖에 안 될 것”이라며 “그렇다고 한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 국면에서 거부권에 반대하거나 대통령에 쓴소리하는 모습도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대표로 만들어본들 그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냐”고 적었다. 한 장관의 선출직 경험이 없어 비대위원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당협위원장은 “한 장관은 중도 확장성이 부족해 그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서울 비(非)강남권이나 경기도 같은 경합지에서는 여당 후보가 중도표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원외당협위원장은 18일 연석회의에서 이같은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설파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반대 의견이 계속해서 분출할 경우 한 장관에게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재선 의원은 “한 장관을 친윤계 주류들이 너무 세게 미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기류가 있다”며 “일부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결사적으로 반대할 경우, 한 장관도 비대위원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여권의 결정적인 고민거리다. 일각에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비대위원장감으로 거론되지만, 이들로 총의가 모이기는 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우리 사람이 아니어서 공천 학살이 우려된다’는 분위기가 크고, 원 장관에 대해서는 너무 안정형이라는 시각이 있다”며 “다른 대안이 적다면 윤 권한대행이 충분히 의견을 들은 다음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설득작업에 나설 수도 있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당내 반대 의견이 잦아들고,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당 안팎의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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