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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청년들이 집 밖에 나온다면…"대한민국에 7조 혜택" [잊혀진 존재 3-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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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최영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청년의 고립은 사회적 비용을 얼마나 발생시킬까.’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와 한은아 연세대 약학과 교수, 김아래미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전공이 각기 다른 4명의 전문가가 연구에 앞서 던진 질문이다. 결과는 연간 7조원. 집 밖에 나오지 않는 각 청년의 이야기가 왜 사회적인 문제인지, 책임연구자인 최영준 교수와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회적 비용이 7조원. 어떤 의미인가

청년의 고립 문제가 단순하게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제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이 가장 크다. 만약에 이들이 고립되지 않은 청년처럼 경제활동을 한다면 6조 원이 넘는 혜택을 사회에 줄 수가 있다는 의미다. 왜 정부가 예산을 들여서 이들의 회복을 도와야 하는지, 정책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앞으로 이 비용이 더 늘어날까

조심스럽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코로나 때보다 올해 고립·은둔 청년이 많이 줄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도 디지털 노동이 점차 확산하고, 플랫폼을 통해 혼자 일하는 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고립이나 외로움의 문제는 별로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또 여전히 본인 희망대로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개선되는 징후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문제는 상존할 가능성이 있다.

잠재적 비출산으로 인한 비용도 계산했는데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고립·은둔 청년이 그렇지 않은 청년에 비해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의향이 확실히 떨어졌다. 지금도 저출산은 우리 사회에 큰 문제인데, 고립 청년이 증가하면 출산율 저하에 직접 영향을 주게 된다. 이로 인해 향후 경제활동 세대가 줄어 발생하는 비용까지 추계했다. 저출산 시대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인력 부족인데, 당장 일할 수 있는 청년이 사회적 장벽 때문에 일하지 못 한다는 건 큰 낭비다.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일단 고립·은둔 청년을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다만 현재까지 고립·은둔에 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어떻게 해야 은둔을 예방하고 사회로 나오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없다. 정부는 이미 개입을 시작한 지자체나 비영리단체의 지원책에 대한 효과를 따지고 정책의 근거를 축적하면서 점차 선별적 지원으로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편이 좋겠다.

정부의 발굴 정책에 대한 평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관이라는 주체가 청년을 찾아가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마음이 상하거나 아픈 청년도 많다. 문제 대상자와 서비스 제공자라는 관계가 형성되면 밖으로 나오라고 건네는 손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 청년들이 편하게 나와 산책하고,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는 지역 사회 자원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보완하면 좋겠다.

근본적인 대책은

지금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과도한 경쟁 문화에 노출돼 자랐다. 행복에 도달하는 길은 다양한데, 우리 사회는 첫 번째 길을 떠나는 순간 실패라고 낙인찍는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의 마찰도 잦아진다. 1인당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좋은 일자리 수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더 적고,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고립 심화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경쟁 풍토를 전체적으로 완화하면서 ‘표준화된 성공’에 도달하지 않아도 다양한 길을 인정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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