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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정원 직원, 강제북송 증언 "文청와대서 귀순 지우라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탈북 어민 강제북송’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보고서에 담긴 ‘귀순’ 표현을 삭제하고 북한에 강제로 어민들을 돌려보내게 한 과정에 대해 국정원 요원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증언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 허경무·김정곤·김미경) 심리로 열린 강제북송 사건 비공개 공판에서 국정원 직원 A씨가 출석했다. 지난 2월 검찰의 기소 후 10개월째 이어진 재판에서 열린 첫 증인신문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당시 부장 이준범)는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19년 11월 2일 북한에서 월남 후 나포된 북한 어민 2명을 조사한 합동정보조사팀에서 근무했다. A씨는 탈북 어민 우모(22)씨와 김모(23)씨를 조사해 이들의 귀순 의사가 담긴 자필보호신청서를 확인하고, “동료 살해 후 도피 목적으로 남하한 것으로, 대공 혐의점은 희박하다. 귀순을 요청했다”는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서훈 전 원장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CS) 참석자들은 ‘귀순 요청’ 글자를 삭제하고, ‘대공 혐의점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는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결론’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같은 해 11월 7일 탈북민들을 추가 조사 없이 서둘러 북한에 돌려보냈다.

탈북한 북한 어민들, 어떻게 북으로 강제 송환됐나 그래픽 이미지.

탈북한 북한 어민들, 어떻게 북으로 강제 송환됐나 그래픽 이미지.

 검찰은 A씨를 상대로 윗선에서 귀순 의사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경위와 이후 조치에 대해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서 전 원장은 탈북 어민 나포 후 이틀 뒤인 11월 4일 “16명이나 죽인 애들이 귀순하고 싶어서 온 것이겠냐. 자기들이 살려고 온 것”이라며 “귀순의 진정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북송하는 방향으로 조치 의견을 넣어서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그러나 A씨는 서 전 원장의 지시에 대해 탈북 어민들이 자필로 쓴 보호신청서를 언급하며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끝나는 것이다”, “귀순 의사의 진정성 개념은 들어본 적이 없는 이상한 소리”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A씨는 탈북 어민들의 북송 지시를 이행한 뒤 동료들에게 “충격적이고 위법한 일을 하게 돼 부끄럽다”,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던 사실도 재판장에서 증언했다고 한다. 국정원 직원들은 경찰특공대 지원을 받아 탈북 어민들을 포승줄로 묶고 안대를 씌워 군사분계선(MDL)으로 데려갔다. 통일부가 지난해 7월 공개한 강제 북송 영상에선 북송 사실을 몰랐던 탈북 어민들 MDL을 넘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A씨는 “지금도 부끄러운 심정”이라며 주변에 강제북송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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