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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어민 강제북송’ 정의용·노영민·서훈·김연철 기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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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노영민(66)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해 총 4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 다른 피고발인인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의 여지를 남겼다.

정의용

정의용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노 전 실장, 정의용(77)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69)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59) 전 통일부 장관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서 전 원장에게는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노영민

노영민

2019년 11월 2일 북한에서 월남했다가 나포된 탈북 어민 2명이 명확한 귀순 의사를 수차례 표시하면서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노 전 실장 등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5일 뒤인 같은 달 7일 탈북 어민들을 강제북송하도록 결정한 혐의를 받는다.

그 결과 탈북에 앞서 북한 내에서 살인 혐의를 받던 어민들이 대한민국 법령과 적법 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에 체류하며 재판받을 권리 등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강제북송 과정에서 탈북 어민들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이나 난민에게 주어지는 이의신청 기회를 박탈당했고, 두 손을 결박당하는 등 신체의 자유도 제한받았다.

서훈

서훈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은 강제북송 방침에 따라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조기 종결하게 해 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서 전 원장은 중앙합동정보조사 도중 조사가 종결된 것처럼 기재한 허위 보고서를 통일부 등에 배포하고, 중앙합동정보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 표현 사실을 임의로 삭제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선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는 정 전 실장이고, 실질적인 책임은 서 전 원장도 못지않다”고 말했다.

김연철

김연철

최근 정치권에서 노 전 실장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노 전 실장은 꾸준히 기소 3, 4순위였다”며 “중앙합동정보조사 과정에서 상당히 핵심적 역할을 했고, 의사 결정 과정에도 크게 관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실장은 안보 전문가도 아니면서 2019년 11월 4일 청와대의 강제북송 결정 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 서 전 원장이나 다른 국정원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 조사 가능성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우리 헌법과 관련 법률은 ‘북한 이탈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명확히 규정하며,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역시 일관되게 북한 이탈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판시했다”고 강조했다. 강제북송의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탈북 어민들이 비록 살인 혐의를 받았더라도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 등을 거쳐 상응하는 벌을 받게 하는 게 바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 직후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편향된 잣대, 일관적이지 못한 잣대에 의한 기소는 이번 수사 자체가 정치적 수사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검찰 논리는 대한민국 헌법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단선적으로 바라보는 것이고, 평화와 대결이 교차하는 남북관계를 대결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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