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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출마 회견장서..."당신 대역 많냐" 푸틴 당황시킨 'AI 푸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잘 짜인 안무를 소화하는 듯했다"

14일(현지시간)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및 국민과의 대화에 대한 영국 BBC의 평가다.

내년 3월에 치러질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엿새 만에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 궁 인근에서 기자 회견을 가졌다. 4시간가량 이어진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언론사와 사전 선정된 국민의 전화 질문 67개를 소화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2년여 만에 대규모 소통 행사를 연 건 푸틴 대통령의 자신감과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는 좀처럼 반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미국 등 서방의 지원마저 시들하다. AFP통신은 "전쟁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반전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4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 및 국민과의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4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 및 국민과의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목표 달성 전까지 우크라이나 평화 없을 것"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없을 것"이라며 '특별 군사작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본질적으로 한민족인데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결탁해 무력 분쟁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내전'과 다름없는 상황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무료 지원은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5선에 도전하는 푸틴 대통령은 고물가를 호소하는 시민에게 사과하는 등 민심을 달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회견에서 이리나 아코포바라는 연금 수급자가 영상을 통해 "달걀과 닭가슴살, 닭 날개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지적하자, 푸틴 대통령은 "사과한다"며 "이는 정부의 실패며, 조만간 상황이 시정될 것임을 약속한다"고 답했다.

올해 러시아에선 달걀값이 40%나 올랐다. 불만이 이어지자 러시아 정부는 12억개 달걀에 한해 내년 상반기 수입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의 사과가 이례적"이라 평하며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들이 생계비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실질적 우려를 반영했다"고 평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그는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5% 성장하고, 제조업 또한 7.5%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자동차 기업을 포함해 많은 회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했지만,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건재하다고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4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 및 국민과의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4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 및 국민과의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AI 푸틴 등장…대역설 반박

이번 기자회견장 이슈가 된 의외의 인물은 'AI 푸틴'이다. 행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푸틴 대통령의 외모, 목소리와 똑같은 AI 푸틴이 화면에 등장해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학생이다. 당신은 대역이 많이 있느냐. 그리고 AI의 위험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손 제스처까지 실제 푸틴과 같은 AI 푸틴의 등장에 회견장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푸틴 대통령도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당신은 나처럼 말하고 내 목소리를 쓸 수 있다"며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이 나 자신처럼 말하고 내 목소리를 쓸 수 있다. 그건 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AI 푸틴)이 내 첫 번째 '대역'이다"라고 덧붙였다. 건강이 좋지 않은 푸틴 대통령이 각종 행사에서 대역을 활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는데, 이를 AI 푸틴을 통해 정면 반박한 셈이다.

4시간여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자국 기자들은 물론 미국, 프랑스 등 '비 우호국' 출신 외국 언론사 기자들도 상대했다.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간첩 혐의로 구금 중인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와 미 해병대 출신 기업 보안 책임자 폴 휠런의 송환 요구에 대해 질문하자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는 것 같다. 해결책을 찾기 바라지만 미국 측이 우리를 경청하고 우리도 만족할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견장에서 몇몇 기자들은 질문 기회를 얻으려 러시아 전통 복장이나 눈에 띄는 형형색색의 옷을 입기도 했다. 플래카드를 만들어 흔들고 소리를 지르는 이색 경쟁도 펼쳐졌다.

1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러시아) 우파에서 왔다" "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러시아) 우파에서 왔다" "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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