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64개 크기 '韓라스베이거스'…'인스파이어' 놀 때 필수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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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 앞의 원형 광장 로툰다. 디지털 패널로 장식한 거대한 샹들리에가 이곳의 상징이다. 스크린 속 영상은 물론 샹들리에 구조물 역시 시시각각 형태가 달라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종현 기자

사업비만 2조원, 1275개 객실이 딸린 호텔, 1만5000석 규모의 K팝 공연장과 유리 돔 형태의 워터파크….

인천 영종도에 새로 들어선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이하 ‘인스파이어’)‘의 면면이다. 인스파이어는 미국 동부의 유력 카지노‧리조트 그룹 ‘모히건(Mohegan)’의 아시아 첫 리조트다. '엔터테인먼트(enterainment)'를 앞세운 이름에서 여느 프리미엄 호텔·리조트와 차별화한 콘셉트가 읽힌다. 이틀간 인스파이어를 샅샅이 훑고 왔다. 단순히 ‘크다’ ‘호화스럽다’는 느낌보다는 ‘다채롭다’ ‘테마파크 같다’는 인상이 더 강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한국판 라스베이거스의 꿈

인천 영종도에 새롭게 문을 연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의 모습. 장진영 기자

인스파이어가 지난달 30일 개장했다. 공항 옆에 여의도(4.5㎢)만 한 복합 리조트를 올리는 이른바 ‘인스파이어 프로젝트(4.36㎢ 규모)’의 첫 번째 결과물이자 핵심이 되는 시설이다. 아직 일부 시설만 부분 개장이라지만, 이미 46만㎡(약 14만 평) 규모에 이른다. 영종도에 이웃한 파라다이스시티(33만㎡)보다도 규모가 크다.

인스파이어는 5성급 호텔을 비롯해 아레나(공연장), 워터파크, MICE(전시복합산업) 시설 등을 이미 갖췄다. 2024년 상반기 정식 개관에 맞춰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쇼핑몰, 야외 공원도 점차 개장할 예정이다.

모기업 ‘모히건’은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 부족의 이름이다. 강원도 정선의 내국인 카지노(강원랜드)가 폐광 지역 활성화를 명분으로 탄생했듯이 미국 정부도 원주민 보호 차원에서 1994년 모히건 부족에 카지노 소유권을 인정했다. 모히건 그룹은 현재 코네티컷‧라스베이거스 등 북미 7개 지역에 카지노 리조트를 뒀는데, 인스파이어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지난 2일 개관 첫 공연으로 MMA2023(멜론뮤직어워드)가 펼쳐졌다. 사진 모히건 인스파이어

인스파이어의 마케팅총괄책임(CMO)은 마이클 젠슨은 “한국 처음으로 전문 공연시설인 아레나를 함께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라고 강조했다. 1만5000석 규모의 공연장은 지난 2일 ‘MMA 2023(멜론뮤직어워드)’를 시작으로, 동방신기·태민(샤이니) 콘서트, 가요대전(SBS) 등의 공연이 잇따르는 등 벌써 K팝의 새로운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해 온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는 영종도가 ‘한국의 관문’에서 ‘아시아 대표 관광지’로의 도약하는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모히건의 노하우와 ‘글로벌 허브 공항’을 곁에 둔 영종도의 접근성을 살린다면 싱가포르·마카오 같은 세계적 카지노 도시로 성장하지 못할 게 없다는 기대감이다. 2017년 개관한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비롯해 인프라도 탄탄하다. 영종도가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라 이 불리는 배경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인스파이어에서 노는 법

거리 전체가 LED 스크린으로 뒤덮인 '오로라'. 개관 후 가장 많은 인증 사진이 찍힌 장소다. 장진영 기자

당부하자면 이곳에서 무거운 겨울옷은 미리 벗어두는 게 좋다. 쇼핑몰처럼 시설 대부분이 실내 공간에 있어서다. 인스파이어는 크다. 축구장 64개를 펼쳐놓은 것과 같은 크기라면 가늠이 될까. 길을 헤매지 않으려면 프런트에 놓인 지도가 필수다.

게임장에 시계와 창문을 두지 않는 이른바 ‘카지노의 법칙’은 인스파이어의 모든 공간에 적용된다. 이곳이 바닷가인지, 어딘지 알 길이 없다. 언뜻 답답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형 공연장과 9500㎡(약 2800평) 규모의 실내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 같은 큼지막한 놀 거리가 곳곳에 포진해 있는 데다, 동선 하나에도 재미 요소를 가미했다. 단풍나무가 도열한 쇼핑 거리를 지나 워터파크로 가고, 크리스마스 광장을 지나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식이다.

지금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태그가 되는 건 ‘오로라(150m 길이)’라는 이름의 첨단 거리다. 25m 높이의 아치형 천장은 물론 벽면과 기둥 등 거리 전체가 LED 스크린으로 뒤덮여 있다. 실시간으로 분위기가 달라져 계속 카메라를 꺼내게 된다. 아레나 앞 원형 광장 ‘로툰다’에는 100개 이상의 디지털 패널이 주렁주렁 매달린 초대형 샹들리에가 시선을 잡아끈다.

실내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 유리 돔 형태를 한 것이 특징으로 사계절 즐길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조던 버거는 무슨 맛?

'MJ23 스포츠 바'는 곳곳이 마이클 조던과 관련한 소품으로 채워져 있다. 메이플 시럽을 발라 구운 닭날개 요리와 버거가 대표 메뉴다. 장진영, 백종현 기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소울푸드가 스테이크와 버거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인스파이어를 통해 조던의 외식 프랜차이즈인 ‘마이클 조던 스테이크 하우스(연말 오픈)’ ‘MJ23 스포츠 바’도 처음 한국에 상륙했다. 두툼한 스테이크와 ‘빅 마이크’라 불리는 버거 등이 대표 메뉴다. ‘MJ23 스포츠 바’는 시대별 에어조던 농구화부터 시카고 불스 유니폼, 그의 어록과 기록 등으로 가게 전체가 꾸며져 있다. 조던 팬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공간이다.

프렌치 레스토랑 '브라세리 1783'은 바 한 가운데에 열기구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 이색적이다. 장진영 기자

'가든 팜 카페'는 비건 버거, 비건 팔라펠 샐러드, 채끝 등심 구이 등이 인기 메뉴다. 장진영 기자

젊은 여성에게는 ‘브라세리1783’ 같은 프렌치 레스토랑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테다. 1783년 세계 최초로 열기구 비행에 성공한 몽골피에 형제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레스토랑인데, 홀 중앙에 거대한 열기구를 두고 있어 이색적이다. 뷔페 레스토랑 ‘셰프스 테이블’은 6개 라이브 스테이션에서 한식‧중식‧일식 등을 테마별로 선보인다. 식물 가게 분위기의 레스토랑 ‘가든 팜 카페’는 유기농 채소를 활용해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다. 팔라펠 샐러드와 비건 버거 같은 메뉴가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인스파이어에 있었던 이틀간 대략 3만 보를 걸었다. 그저 구석구석 구경하고 맛보고 한 게 다였다. 시계와 창문이 없어서였을까. 다리가 아픈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족히 22㎞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