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커야 맛있는 방어…특대방어, 이 부위 안 주면 의심하라

  • 카드 발행 일시2023.12.06

국내여행 일타강사⑧ 겨울 맛여행 캘린더

바야흐로 겨울이다. 바다로 달려가야 할 계절이다. 겨울만큼 바다가 맛있는 계절도 없어서다. 우리에게 친숙한 꽤 많은 바닷것들이 겨울에 제일 맛있다. 이 모진 계절이 실은 바다가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일타강사의 본분에 충실해지려고 한다. 과목별로 기말고사 준비하듯이,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맛봐야 할 제철 먹거리를 종류별로 학습한다.

오늘 강의에서 함께 공부할 겨울 바닷것을 열거한다. 굴, 양미리, 도루묵, 방어, 삼치, 과메기, 대게. 하나같이 겨울 여행의 목적으로 충분한 제철 먹거리로, 여행기자는 이것들 챙겨 먹고 다니느라 겨울마다 바빴다. 물론, 이것들 말고 더 있다. 충남 홍성 남당항의 겨울은 새조개 축제의 계절이고, 전남 벌교 여자만 갯벌의 정월은 꼬막 캐러 나가는 뻘배로 부산한 시절이고, 낚시꾼은 제가 잡은 겨울 숭어 맛을 최고로 친다. 전남 신안 흑산도는 이맘때 잡은 참홍어가 제일 맛있다고 자랑하고, 요즘처럼 양식이 활발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경남 거제도 외포리의 대구탕만 한 겨울 보약도 없다고 했었다.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하나하나 더 공부해볼 작정이다. 특히 홍어는, 별도 특강을 열어도 모자라지 않은 심층 탐구영역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용어부터 정리하자. 제철 생선이란 무엇인가. 생선이 제철을 맞았다는 건, 산란기 직전이라는 뜻이다. 알을 낳기 위해 몸집을 한껏 불렸을 때, 그래서 살이 튼실하고 기름기가 올라와 맛이 꽉 찬 시기를 ‘제철’이라 한다. 제철은 생선을 생명이 아니라 음식으로만 대하는 인류의 시각이 반영된 용어로, 지구 생태계의 안녕과 평화를 고민하는 쪽에선 찬성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인류는 그렇게 영양을 섭취하며 누천년을 연명했다. 무분별한 남획이 문제지, 제철 먹거리 찾는 인류의 본능까지 문제 삼는 건 무리라고 여행기자는 생각한다. 다행히 인류에겐 아직 양심이 남아 있다. 생선이 산란기에 진입하면 금어기로 지정해 보호한다. 갈치·고등어·조기처럼 흔한 생선도 금어기가 있다. 금어기 어종을 잡다가 걸리면 어민은 2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2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 주말 낚시꾼도 바로 풀어주지 않으면 과태료 80만원을 물어야 한다.

하나 더. 일타강사의 오늘 강의는 20년 넘는 취재기록을 그러모은 것이다. 20여 년간 보고 듣고 먹고 잡고 읽고 찍은 경험을 정리했지만, 이 또한 개인의 경험일 따름이다. 바닷것은 지역마다 차이가 커 통상의 설명이 어긋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닷것이 올라오는 시기와 바닷것을 잡고 저장하고 요리하는 방법 모두 제각각이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통 산지가 달라지는 것도 여행기자를 당황하게 한다. 오징어는 더 이상 동해안 별미가 아니다.

심지어 이름이 통일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이를테면 누구는 동해안 양미리와 서해안 까나리가 같은 생선이라고 하고, 누구는 엄연히 다른 종이라고 주장한다. 두 지역이 이 생선을 먹는 방법은 같은 생선인가 싶을 정도로 판이하다. 동해안 곰치와 남해안 물메기는 사실 같은 생선인데, 놀랍게도 두 이름 모두 표준어가 아니다. 곰치와 물메기의 옳은 표기는, 이름도 생소한 꼼치다. 물곰·미거지·물잠뱅이도 다 꼼치의 지역별 방언이다. 물잠뱅이와 물텀벙이가 같은 생선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보통 물잠뱅이는 꼼치, 물텀벙이는 아구로 구분한다. 부산에선 아구를 물꽁이라고 부른다. 이 어지러운 상황에 해산물 유통·판매업자의 상술이 더해진다. 아직 철 이른 바닷것이 제철 탈을 쓰고 시장에 나오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오늘 강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철 바닷것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에 관한 여행기자의 제안이다. 당신의 겨울 여행에 참고만 돼도 감사하겠다.

목차

굴과 크리스마스의 상관관계
갯마을 애물단지의 변신
겨울 생선의 절대 강자
삼치는 회부터 먹는다
꽁치 과메기를 위한 변명
대게는 겨울 음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