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 옷 사지마" 충격 광고…직원 만족도 91%, 이 회사 비결 [브랜드로 본 세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브랜드로 본 세계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 “전 세계 사람들이 평범한 미국인 수준으로 소비하면 인류는 지속 불가능하다. 손녀가 살아갈 미래가 걱정됐다”. 그래서 내놓습니다. 지구에 4조원을 기부한 기업인. “우리 회사 옷, 사지 마라”는 도발적 광고의 기업. “무분별한 소비가 환경을 파괴한다, 우리 옷은 평생 수선해 입어도 문제없다”는 ‘친환경적 상술’이 담겼습니다.

아웃도어 용품·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 설립자 이본 쉬나드는 취미를 사업으로 발전시킨 대표적 사례다. [사진 파타고니아]

아웃도어 용품·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 설립자 이본 쉬나드는 취미를 사업으로 발전시킨 대표적 사례다. [사진 파타고니아]

“우리 회사 옷, 사지 마라”라는 충격적인 광고 문구로 히트한 브랜드가 있다. 속뜻은 “소비는 곧 환경 파괴. 그러니 무분별하게 사지 마라. 만일 샀다면 평생 수선해 입으라”는 거였다. 소비자는 호기심 반, 응원 반으로 옷을 샀다. 역발상 광고에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아웃도어 의류지만,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에선 너도나도 이 브랜드 조끼를 입어 ‘직장인 교복’이란 말까지 나왔다.

올해 창업 50주년인 아웃도어용품·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 얘기다. 올해 악시오스가 여론조사업체에 의뢰해 미국인 1만6310명을 설문한 결과 미국 100개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85)의 통 큰 기부도 화제다. 그는 지난해 본인과 아내, 두 자녀 회사 지분 100%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약 30억 달러(4조1800억원)에 달한다. 그중 98%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비영리재단에, 2%는 신탁사에 맡겼다.

암벽등반가인 설립자 이본 쉬나드. [사진 파타고니아]

암벽등반가인 설립자 이본 쉬나드. [사진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이른바 ‘지구에 내는 세금’이다. 또 2020년까지 기부액이 1억6100만 달러(약 2100억원)다. 쉬나드는 『자연에서 배운, 영원히 지켜내야 할 것들-파타고니아 이야기』란 책에 “2013년 첫 손녀가 태어났는데 손녀가 살아갈 미래가 걱정됐다. (…) 전 세계 사람이 평범한 미국인 수준으로 소비하면 인류는 지구가 보유한 자원의 네 배 이상을 소모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지속 불가능하다”고 썼다.

쉬나드는 검소하다.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게 그의 기부 철학이다. 지난해 NYT 인터뷰에서 그는 “여전히 오래된 일본산 자동차를 몰고, 휴대전화는 좀처럼 켜지 않고 산다. e메일 연락도 아내 멀린다가 대신한다”고 밝혔다. 그가 쓴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프롤로그에 브랜드 정체성이 요약돼 있다. ‘옳은 것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압도적으로 성공하는 것’ ‘옳은 것’이 바로 환경보호다.

주한미군 근무 당시(오른쪽 둘째) 북한산 인수봉을 찾기도 했다. 인수봉에는 그가 개척한 ‘쉬나드 A, B’ 등정 코스가 있다. [사진 파타고니아]

주한미군 근무 당시(오른쪽 둘째) 북한산 인수봉을 찾기도 했다. 인수봉에는 그가 개척한 ‘쉬나드 A, B’ 등정 코스가 있다. [사진 파타고니아]

암벽등반가였던 쉬나드는 1957년 평소 만들어 쓰던 등산 장비 피톤(금속 못) 판매업체를 세웠다. 그러다가 피톤이 암벽을 손상한다는 걸 알고 훼손이 없는 초크를 만들었다. 이어 튼튼한 등산복을 만들기로 한 게 파타고니아의 탄생 배경이다. 100% 유기농 면만 쓴다. 1988년 보스턴 직영점의 한 직원이 건강을 해쳤는데, 지하실에 쌓아둔 티셔츠에서 독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뿜어져 나왔던 거다. 목화 재배에 사용된 농약 성분이었다. 이후 유기농 면만 쓴다. 고가인데도 친환경 철학에 동의한 소비자 팬이 늘어 매출은 되레 늘었다. 지난해 매출이 15억 달러(약 1조9600억원)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환경 보호를 위해 소비를 줄이라는 메시지의 파타고니아 지면 광고. [사진 파타고니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환경 보호를 위해 소비를 줄이라는 메시지의 파타고니아 지면 광고. [사진 파타고니아]

요즘 파타고니아는 본업 외의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큰 틀에선 친환경 행보다. 세탁기가 대표적이다. 의류와 연관된 탄소발자국의 25%가 세탁에서 생긴다고 한다. 해양 방치 플라스틱의 16~35%는 미세섬유에서 나온다. 파타고니아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미세섬유를 60% 줄이는 세탁기를 개발했다. 2016년엔 ‘지구를 구하는 맥주’를 만들었다. 살충제 없이 잘 자라는 컨자 밀이란 품종으로 만들었다. 환경 관련 서적과 영상을 제작·유통하는 출판사와 영화사도 있다. 또 하나 특징은 ‘철학 담당 임원’이다. 출판 부문을 맡았던 빈센트 스탠리란 임원인데, 시인이자 예일대 경영환경센터 레지던트 펠로다. 브랜드에 이야기를 입혀 가치를 높이는 스토리텔러 역할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파타고니아는 직원들이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다. 직원 86%가 회사를 친구에게 추천했다. 경영진 지지도는 94%, 직장 만족도는 91%다. 이직률(4%)은 미국 평균(12~15%)보다 현저히 낮다. 비결이 뭘까. 파타고니아 직원들은 파도타기 좋은 파도가 밀려오면 언제라도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스키·등산 비용도 회사가 준다. 여느 회사와 달리 매장 아르바이트 직원도 건강 보험을 들어준다. 사내 어린이집도 유명하다. 1984년 회사 내에 어린이집을 만들었는데, 회사 구내식당에서 부모와 함께 점심 먹는 아이들, 아이와 함께 낮잠 자는 아빠도 목격할 수 있다. 복지 혜택은 브랜드 평판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