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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늪' 중국 반격…年19조 쏟아부어 '세계 최강 AI' 만든다 | 팩플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의 AI 전략 발표 현장. 연합뉴스=EPA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의 AI 전략 발표 현장. 연합뉴스=EPA

인공지능(AI)이 위기에 빠진 중국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가 14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중국의 각종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디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한 중국 당국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정책에 희망을 걸고 있다.

中 신성장 동력된 AI 

중국의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와 미국 CNBC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 상무부의 성명을 인용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이 전날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을 만나 AI와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다국적 기업의 중국 진출을 환영하며, 경영 활동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MS가 중국과 미국의 AI 협력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무역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미스 부회장은 “MS는 중국 시장에서 30년 이상 사업을 해왔다”며 “중국 경제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고 미·중 양국의 실용적 협력을 촉진하겠다”고 답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중국은 AI 기술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경기 부양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앞서 왕 장관은 지난 5월 열린 제7차 세계정보회의(WIC)에서 “차세대 기술인 AI는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며 “AI를 활용해 기업 주도 산업을 강화하고 경제 발전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 전략 세운 중국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중국은 이미 5년 전부터 ‘AI 최강국’을 목표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7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에선 2030년까지 중국 내 AI 산업 규모를 10조 위안(약 1700조원)까지 키워 세계 1위 AI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는 2025년까지 AI와 반도체, 5세대(5G) 통신 등에 10조 위안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지방 정부들은 앞다퉈 투자 자금을 조성하며 호응하고 있다. 시장 분석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중국 AI 관련 투자 규모는 147억5000만 달러(약 19조350억원), 전 세계 투자액의 10%를 차지한다. 중국 선전 남방과학기술대(SUSTech)에서 AI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이재능 박사는 “시 정부가 첨단 기술과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며 “연구자들의 학구열과 욕심도 엄청나 기술 발전 속도가 정말 빠르다”고 전했다.

AI 압축 성장의 비결

AI 산업은 기술 개발에서도, 응용에서도 데이터가 핵심이다. 중국은 6억 대 이상의 폐쇄회로(CC)TV에 찍히는 영상들, 휴대전화 개통 시 의무 촬영해야 하는 6초짜리 안면 인식 영상 등 국가 주도로 수집한 14억 인구의 빅데이터를 AI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서 구하기 어려운 학습용 빅데이터가 중국 기업에 차곡차곡 쌓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엄청난 재원을 바탕으로 인력 유치 전략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중국 정부는 2018년까지 운영하던 해외 인재 유치 정책 ‘천인계획(千人計劃)’의 후속으로 AI·반도체 인재를 겨냥한 ‘치밍(啟明)’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미국 명문대 박사 출신 연구진을 대상으로 중국 IT 기업 채용과 연계해 주택 구입 보조금, 300만~500만 위안(5억4200만~9억원)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쑥쑥 크는 AI 기업들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센스타임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센스노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센스타임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센스타임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센스노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센스타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빅테크와 지방 정부가 육성하는 AI 스타트업들은 쑥쑥 성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는 지난 3월 중국의 첫 생성 AI 챗봇 ‘어니봇’을 출시하며 오픈AI ‘챗GPT’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달 15일 베이징 바이두 본사에서 만난 바이두 관계자는 “현재 어니봇 이용자 수가 7000만 명에 이른다”며 “사용자 경험이 축적될수록 기능도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AI 챗봇 센스챗을 출시한 센스타임은 2014년 안면 인식 기술 기업으로 출발해 영상 분석, 교통 관제, 자율주행 등으로 분야를 넓힌 중국 대표 AI 스타트업이다. 지난달 17일 선전시 지사에서 만난 이 회사 관계자는 “전 직원 5000여 명 중 70%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 인식 기술과 다양한 기술 특허로 사업 부문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숨 고르기 들어간 중국

중국 정부는 최근 AI 윤리와 지식재산권 보호, 잠재적 위험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사회주의 가치에 부합하는 AI만 허용한다’는 정부의 규제가 장기적으론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 검열을 피하기 위해 챗봇의 검색 결과조차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겨룰 생성 AI 기업이 나오겠냐는 회의론이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의 시장화와 경제 발전으로 글로벌 수준의 자율을 원하는 시민 의식이 (젊은 세대 중심으로) 확산해 있다”며 “중국식 사회주의와 기술 발전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중국의 정치적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중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더 강해지고 있어 중국 AI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달 16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만난 제프 트램블리 화웨이 홍보 부사장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선 미 정부의 제재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해치고 있으며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며 “제재로 힘들었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비즈니스도 이제 많이 회복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AI, 고성능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에 대해선 수출을 통제하겠지만 기타 제조 분야에서는 중국과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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