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in 송길영X윤종신 인터뷰
엔터테인먼트 기업(미스틱스토리) 대표 프로듀서, 가수 출신 방송인(JTBC ‘싱어게인3’ 심사위원장)….
요즘 MZ세대에게 윤종신은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엄연히 가수다. 그것도 14년째 혼자 힘으로 매달 새 곡을 발표해 온(‘월간 윤종신’ 프로젝트) 현역 싱어송라이터.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앨범 커버도 직접 만들고 있다.
윤종신은 왜 업계의 문법을 깨고 ‘나만의 길’을 걷고 있을까. 그는 “스스로 ‘플랫폼’이 돼 남들의 평가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최근 베스트셀러『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저자 송길영 마인드마이너와 만난 자리에서다. 송 마인드마이너는 그를 ‘자기 서사’를 만든 대표적인 ‘핵개인(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주체적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으로 꼽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이 정리했다. 전문은 폴인 홈페이지(https://www.folin.co) ‘핵개인: 자기 서사를 만든 사람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수 윤종신에 이어 작가 이슬아, 유튜버 이연, 방송인 노홍철 인터뷰가 연재될 예정이다.
흥했다? 망했다?… 평가 대상에서 벗어나다
송길영(이하 송): (책에서) ‘핵개인’이란 키워드를 던지며, 윤종신 씨가 떠오르더군요.
윤종신(이하 윤): 저 노래도 있어요, ‘개인주의’라는. (웃음) 젊을 때는 단체주의자에 가까웠어요. 40대 넘어가며 바뀌었죠. 특히 ‘월간 윤종신’을 하며 ‘개인이 훨씬 유리하다’라는 쪽으로 생각이 갔어요.
송: 이유는요?
윤: 사람들이 뭉쳐서 상향 평준화된 걸 본 적이 별로 없어요. 저는 제 아이들한테도 그러거든요. ‘우리 가족이란 단체에 너무 휘둘리지 마라’ ‘스무 살이 되면 잘 떠나라, 잘 흩어지자’고요.
송: ‘월간 윤종신’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윤: (앨범을 팔기 위한) 마케팅이 부담스러웠어요. 나 좋아하는 사람은 일부인데, 너무 많은 걸 쏟아붓는 거 아닌가? 그러던 중에 트위터가 등장했어요. 제 팔로워가 20만명이 넘어갔죠. 그걸 보며 생각했어요. ‘꾸준히 음악을 내면 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테고, 그들에게 한 달에 한 번 “나 음악 냈어요” 알린다면?’
송: 흥행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은 건가요?
윤: ‘월간 윤종신’의 가장 큰 미덕이 ‘흥했다, 망했다’의 기준이 없어져 버렸다는 거예요. ‘월간 윤종신 노래 잘 안 됐다며?’가 아니고 ‘월간 윤종신 아직도 해오고 있다며?’가 된 거죠. 그게 좋은 점 중 하나예요.
송: 놀라운 발견이네요. 이제 신경 안 쓰는군요.
윤: 안 쓰죠. 신경 안 쓰려고 매달 낸 거예요. (웃음)
과거는 ‘똥’… 앞으로가 중요, 그건 ‘보석’
송: 좋은 걸 가지고 있는데 보여주지 못하는 분도 있어요. ‘아직 부족해’하면서요.
윤: 자기 (과거) 작품을 보석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똥, 창작적 배설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저는 앞으로 할 게 훨씬 중요해요. 그건 보석이죠.
송: 어떻게 매달 가사를 쓰나요?
윤: 뭔가 떠오르면 짧게 한 문장, 한 어절 정도라도 써요. 그게 하나의 곡이 돼요. 노래도 결국 이야기더라고요. 이야기할 게 없으면 아무리 사운드가 멋져도 소용없어요. (웃음)
송: 심지어 이제 기술도 중요하지 않죠. AI로 글, 이미지, 음악까지 만드니까요.
윤: 저는 올해부터 앨범 커버 작업을 (이미지 생성 AI인) DALL·E랑 해요.
송: 역시! 제작(부담)이 훨씬 가벼워지겠네요.
윤: 네. 가끔은 가사도 챗 GPT랑 대화하며 힌트 얻기도 해요. ‘정확성이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저는 모티브만 얻으면 되거든요. 소설 같은 얘기라도 엄청 도움 되더라고요.
송: 앞으로 ‘행위’를 파는 건 쉽지 않아요. (반면) 내 스타일이 있으면, 그만큼의 지적 재산(IP)을 요구할 수 있거든요.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가 “내 목소리 써라, 대신 수익의 절반을 달라”고 한 것처럼요.
윤: 맞아요. 사람들은 ‘생성 AI가 (가수의) 표정, 목소리까지 복제하는 데, 앞으로 어떡하지?’ 그러는데, 더 좋죠. ‘AI 윤종신’이 나오면 나랑 (수익을) 쉐어해야죠(웃음).
깨달음 늦지만, 깨달으면 바로 실행… 지금도 깨닫는 중
송: 결국 ‘나만의 고유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윤: 맞아요. 저는 오디션 심사할 때 잘 못 해도 와일드한 사람을 좋아해요. (다른 심사위원들은) 대부분 완성도를 따지는데, 그건 다른 사람도 하면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의 고유성은 못 따라가요.
송: 본인은 스스로 본인의 무대(‘월간 윤종신’)를 만들었잖아요.
윤: 누구에게나 다 자기 무대가 있어요. 작지만 다 플랫폼이 될 수 있죠. 제 생각에 핵개인화의 가장 큰 요인은 플랫폼인 것 같아요. 사람들 취향을 취합해 주잖아요. 이용할수록 내 취향이 축적되고, 비슷한 걸 추천받고. 가수 입장에서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군데 모이고. 심지어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직업군, 남녀 성비도 보여주니까요.
송: 시대 변화를 빠르게 읽고 반영해 오신 것 같아요. 동시대성의 비결은 뭔가요?
윤: 제가 약간 늦게 깨닫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아요. 저는 깨달음은 늦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깨달을 만한 나이에 깨달아야 되기 때문에. 저는 스스로 (일이) 식상해질 때쯤, 그러니까 데뷔 20년 차에 제가 깨달은 걸 곧바로 실행해 버렸거든요. 그동안 해오던 걸 버리고요. 그러니까 좀 프레시해 보이는 것 아닌가. 지금도 여전히 깨달아가고 있고요.
송: 결국 실행의 힘이네요. 누가 해결해 주길 바라지 않고 그냥 하신 거예요.
윤: ‘떠오른 건 그냥 한다’ ‘지금 떠오른 건 최소한 다음 달에 내야 한다, 내년에 낼 수 없다’죠. 사실 저는 컨템포러리가 안 돼도 상관없어요. 요즘은 53세면 53세 다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30년 넘게 음악 했으면 그에 맞는 보수성도 있어야 한다는 거죠. 무조건 프레시해야 한다는 건 강박 아닐까. 저는 가끔 익숙한 게 좋아요.
더 자세한 내용은 폴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① [기사 전문] 송길영×윤종신 “흥했다, 망했다? 평가의 대상에서 벗어났죠”
https://www.folin.co/article/5903
② [영상 풀버전] 송길영×윤종신 ‘괜찮은 개인주의자’ 되는 법
https://www.folin.co/video/5930
③ 송길영 x 이슬아 “못 써서 부끄러운 글도 꼭 홍보해요”
https://www.folin.co/article/5904
④ 송길영 x 이연 “개성은 플레이리스트, 가진 걸 엮으세요” (12/18 발행 예정)
⑤ 송길영 x 노홍철 인터뷰 (12/26 발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