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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면 질책, 패배하면 침묵" 광주FC 승격 이끈 이정효 감독의 리더십 비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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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올해 초, 광주FC를 K1리그로 승격시킨 이정효 감독. 놀라운 건 프로 감독으로 데뷔 1년만의 성과라는 점입니다.

완성형의 선수보다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해 성장시키고, 1:1로 선수를 케어해 '효버지'라는 별명이 붙었죠. 그 말처럼 올해 광주FC 선수들의 성장이 돋보였습니다. 정호연 선수는 아시안 게임에 참여해 금메달을 땄고, 이순민 선수는 올해 29살의 나이에 이례적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됐습니다.

성장하는 팀의 DNA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게 스포츠 경기 아닐까요? 광주전용구장에서 이정효 감독을 만나 팀을 성장시킨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성장하는 팀의 DNA'의 1화 중 일부입니다.

광주전용구장에서 만난 광주FC 이정효 감독. 사진 폴인, 최지훈.

광주전용구장에서 만난 광주FC 이정효 감독. 사진 폴인, 최지훈.

나를 기다려주는 리더가 있다면 달라졌을까

팀을 맡았을 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거였죠. 저는 선수가 뛰지 않는 건 지도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본 자질이 있고,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 자신 있었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했는데요. 대학 때 MVP를 받기도 했지만 선수로서 기량이 터질까 말까 할 시점에 빛을 못 보고 끝났거든요. 부상을 당하기도 했고요. 그때 나에게도 조금 더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좀 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서 선수가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힘들지만 계속 피드백을 주죠.

한번은 동계전지훈련 중에 이희균 선수가 힘드니까 저한테 대든 적이 있거든요.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고요. 보통 감독한테 불만을 표시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저는 응어리를 터트리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봤어요. 노력해도 안 되니까 자기도 답답했겠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다시 해줬어요. 그 이후로 변하는 게 보였죠.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하나요?

경기에 못 나가면 심리적으로 위축되잖아요. 이런 얘기도 자주 해요. 각자 성장의 속도가 다르니까 조급해 하지 말라고요. "너는 가능성이 있으니, 더 큰 목표를 잡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중요한 선수가 될 거다" 동기부여도 하고요.

또 저는 선수들에게 시간을 많이 주는 편이에요. 기량이 올라올 때까지 신경쓰고 기다리죠. 특히 경기장에 뛰지 않고 벤치에 있거나 부상 당한 선수들 위주로 1:1 미팅을 잡고요. 그렇게 하다보면 성장하는 선수들이 보여요. 이희균 선수도 대표적이죠. 광주FC에 합류해 성과를 내기까지 1년이 걸렸는데 결국 해내더라고요.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경기 전체를 보는 움직임이 보이죠. 경기장의 빈 공간을 메꿔주며 뛰어다니고 있어요.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선수들이 있거든요. 그런 선수들을 자극하려고 더 도발하기도 해요. "너를 정말 응원한다. 니가 나를 이겼으면 좋겠다"고요. 경기에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 노력하라고 하죠. 그럴 때 눈빛이 달라지는 게 보이면 너무 좋아요. 선수를 보면서 저 역시 동기부여 되기도 하고요.

선수들에게 신뢰는 어떻게 얻나요?

감독이잖아요. 선수들보다 축구를 잘 알아야죠. 문제가 있으면 바로 답을 줘야 하고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걸 어떻게 되게 만들지 보여줘야죠. 신뢰를 얻는 건 그길밖에 없어요.

올해 초에 3위가 목표라고 선수들에게 얘기했어요. 우리가 돈이 없지 실력이 없는 게 아니니까 할 수 있다고요. 15승을 하고 파이널A에 진출해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도전하자고 했는데 제 말대로 된 거죠. 처음 부임했을 때 우승한다는 얘기에 선수들이 웃었잖아요. 이번엔 안 웃더라고요. 작년에 무에서 유를 함께 만들었으니 믿는 거죠.

패배 땐 침묵, 승리 때 질책

수싸움도 선수의 역량을 끌어내기 위한 방법이라는 이정효 감독. 사진 폴인, 최지훈.

수싸움도 선수의 역량을 끌어내기 위한 방법이라는 이정효 감독. 사진 폴인, 최지훈.

한 인터뷰에서 "잘하는 걸 잘하게 해주겠다"고도 했는데요. 선수들의 단점보다 강점에 집중한다는 뜻인가요?

고도의 수싸움인데요. 우선 선수들이 잘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줘요. 누구나 자기가 잘하는 걸 하고 싶잖아요. 그러고 나서 어떤 부분을 고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얘길 하죠. 처음부터 못하는 걸 지적하지 않고 조금씩 바꿔나가는 거예요. 그걸 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하고요.

그럼 선수들은 무조건 노력해요. 이미 경기장에서 경험해봤잖아요. 잘한다는 감각을 또 느끼고 싶으니 단점을 고칠 준비가 돼 있죠.

경기에서 이겼을 때 질책하는 것도 마찬가지 전략인가요?

이유는 간단해요. 말하지 않아도 잘못한 건 스스로 더 잘 알거든요. 이미 아는 걸 얘기해봤자 듣기도 싫고 들리지도 않아요. 반대로 경기를 이긴 날에는 들떠 있거든요. 또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돼 있고요. 그때 고칠 점을 얘기하죠.

경기 내용은 엉망인데, 이겼다는 사실로 만족하면 안 돼요.

결과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과정을 제대로 들여다봐야죠. 그런 팀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이기고 혼나자." 선수들이 하는 얘기예요. 경기 졌을 때 저는 별말 안 해요. 오히려 그 침묵이 더 무서운가봐요. 실수했다고 혼내지 않고요. 실수한 이유를 봐요. 자신 없는 플레이를 하는 데는 가차없죠. 쉬운 건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아무나 못하는 걸 해야 실력이 늘죠.

 "자신 없는 플레이엔 가차없이 혼내죠." 사진.폴인, 최지훈

"자신 없는 플레이엔 가차없이 혼내죠." 사진.폴인, 최지훈

또 골을 먹은 걸로 질책하진 않아요.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보죠. 한번은 허율 선수가 실수를 해서 골을 먹은 적 있어요. 하지만 제가 시킨 플레이를 했고, 운이 없어서 실점을 한 거예요. 그건 제 책임이니 계속 시도하라고 했어요. 대부분 실수를 하면 경기에 안 내보내잖아요. 저는 오히려 계속 출전시켰어요. 신뢰하고 있다는 사인을 준 거죠.

반대로 칭찬은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감동받았을 때 메시지를 보내는 편인데요. 구체적으로 얘길 해요. 매번 미팅 때마다 영상을 편집하잖아요. 영상을 보는데 제가 말했던 대로 경기 전체를 내다보고 움직이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런 점이 보이면 칭찬해요. 인천전에서 골을 넣은 이희균 선수가 아니라, 정호연 선수를 칭찬한 것도 그런 이유죠. 동료의 움직임까지 보고 플레이를 하는 게 프로예요.

선수의 스타일에 따라 소통하는 방식도 다르다고요.

선수들별로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지 보여요. 직설적으로 다그치는 게 좋을지 부드럽게 칭찬을 섞어서 말하는 게 먹힐지도요. 어릴 때부터 주장을 맡았고 다양한 지도자를 겪었어요. 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해외 감독님을 보면서도 많이 배웠는데요.

지금도 지키는 원칙은 공개적으로 질책할 때와 개인적으로 불러서 얘기를 할 때를 구분하는 거예요. 팀 플레이의 원칙을 어긴 경우는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얘기하지만 개인적인 실수에 대해서는 따로 얘길 하죠. 모두가 알아야 하는 것과 아닌 걸 구분해요.

면담 방식도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듣잖아요(웃음). 선수들도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미팅 때 모든 훈련 영상을 찍어서 편집해 가요. 그걸 바탕으로 어떤 부분을 고치면 좋을지 얘기하고요.

저는 사탕발림은 못 해요. 경기에 내보낼 수 없다면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죠. 예를 들어 같은 포지션에 경쟁하는 선수와 비교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요. 역량이 비슷하다면 더 좋은 몸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고요.

전체 선수가 32명인데요. 다 챙기는 게 쉽지 않아요. 24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하루가 36시간이거나 제 복사본이 있으면 좋겠다 싶죠.

스스로 벼랑 끝에 세우는 것도 동기부여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포기하고 싶었을 땐 없었나요?

2000년도인데요. 프로 3년 차에 아킬레스건이 파열됐어요. 1999년에 열다섯 경기에 출전하고 이제 꽃을 피우나 싶었는데 다음 해에 한 경기도 못 뛴 거예요. 그때 축구를 포기할까 처음 생각했어요. 26살이었죠. 수능을 다시 볼까도 고민했는데 억울하더라고요. 재활해서 끝까지 승부를 봐야겠다 결심했죠.

한 길만 쭉 팠던 데는 부모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장남인데요.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이 엄격했어요. 한순간도 딴눈을 팔거나 샛길로 샌 적이 없었죠. 독일 아우토반처럼 앞만 보고 살았어요. 지금도 칭찬을 한 번도 안 하시는데요. 어릴 때는 그게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고맙죠. 스스로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공부도 많이 한다고요. 어떻게 하나요?

일요일에 경기가 끝나면, 월요일 하루 쉬고요. 화요일부터 영상을 보고 분석하면서 미팅 자료를 만들어요. 분석 코치와 같이 24시간 카페 가서요. 영상 편집도 직접 하죠. 또 해외팀 경기도 많이 보는데, 어떤 부분을 팀에 이식하면 좋을지도 고민하고요. 이제는 선수들도 적응돼서 영상을 보내면 어떤 의도인지 바로 알아차려요.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괴로워요. 시간을 많이 빼앗기니까 평소에 드라마 시리즈물은 안 보거든요. 집에서 15분씩 티비를 보고 있으면 내가 이렇게 여유가 있어도 되나 싶어요. 그래서 24시간 카페에서 일하다가 집에는 잘 때만 들어가요. 보통 새벽 1시쯤 퇴근하죠.

이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는 힘이 뭔가요?

저는 상대를 압박하는 공격형 축구를 지향해요. 이 전략을 선수들에게나 인터뷰 때 강하게 얘기하는 편인데요.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낭떠러지로 미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스스로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공격적인 축구를 안 하면 욕을 먹는 거죠. 그게 일종의 스스로를 동기부여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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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적으로 얘기한 건, 팀원과 선수의 성장인데요. 결국 팀이 성장하려면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능력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거죠. 자세한 이야기는 지금 '폴인'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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