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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황선우 길 터준 유상철·조오련…스포츠 레전드 26인의 다큐 ‘죽은 철인의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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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철인의 사회 표지. 사진 중앙북스

죽은 철인의 사회 표지. 사진 중앙북스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로 성장한 ‘한국축구 세대교체 간판’ 이강인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스승으로 ‘유비’ 故유상철을 첫 손에 꼽는다. 대한민국 수영의 황금세대를 열어젖힌 주인공 황선우의 앞에는 척박한 환경을 딛고 물살을 가른 ‘원조 마린보이’ 故조오련이 있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재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각 종목별로 세계 수준의 스타들이 등장해 걸출한 기량을 뽐낸다. 축구대표팀의 주축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다. 메이저리거 김하성은 아시아인 최초로 내야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포효한 KBO리그는 800만 관중을 넘어서며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남자수영 대표팀은 800m 계영에서 14년 묵은 아시아 기록을 갈아치웠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톱50에 무려 13명의 한국인 선수가 자리하고 있다. K-컬처의 흐름과 함께 하는 ‘K-스포츠’의 약진이 눈부시다.

양적·질적으로 풍성한 대한민국 스포츠의 놀라운 성취는, 그러나 걸출한 한 두 명의 스타가 만들어낸 게 아니다. 유상철과 박지성이 있었기에 손흥민이 나올 수 있었다. 그 앞에는 차범근이, 그보다 더 앞에는 ‘한국 축구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용식, 홍덕영, 최정민이 있었다. 한국 야구 첫 번째 홈런의 주인공인 이영민, 선수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몸 바친 최동원의 헌신을 발판삼아 박찬호와 류현진, 그리고 현재의 KBO리그가 존재한다. 박세리와 박인비가 여자 골프를 호령하기에 앞서 한국 선수들에게 세계무대로 향하는 문을 열어준 건 구옥희였다.

정영재의 책 ‘죽은 철인의 사회(중앙북스)’는 중앙선데이에 연재한 동명의 칼럼을 엮어 완성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오늘을 이끈 어제의 전설들을 소개한다. 이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곧 한국 스포츠의 역사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한국체대에서 스포츠산업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먼저 간 스포츠 스타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인간승리의 메시지를 감동 스토리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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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도 사용한 ‘철인’은 강자(鐵人·iron man)과 현자(哲人·wise man)의 의미를 함께 담은 표현이다. 육체적·정신적으로 강인하면서도 지혜롭게 살다 간 스포츠인들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저자의 의도를 담았다. 스포츠 기자로 24년 간 현장을 누빈 저자는 스포츠계의 오비추어리(Obituary·부음기사) 영역을 개척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오랫동안 자료를 모았다. 스포츠 영웅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그들이 생전 가장 가까이 했던 이들과의 소중한 일화를 통해 집대성했다.

이 책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인물들의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가 다수 등장한다. 아버지의 의족을 가슴에 품은 최동원의 사랑, 고교 시절 유도부 15명을 물리치기 위해 독사 대가리를 깨문 조오련의 깡, 프로레슬링 전설 김일이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건넨 이야기, 친구 박종팔이 들려주는 김득구의 섬뜩한 각오, 산이 된 남편 박영석을 기억하는 아내의 눈물, 그리고 제자 이강인에게 완치 후 반드시 감독이 되어 주리라던 유상철의 약속까지 주옥같은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저자가 ‘철인’이라 이름 붙인 대한민국 스포츠 개척자 26인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면 지금까지 알 수 없던 이야기들, 먼저 걸어간 이들의 내밀한 속마음을 접할 수 있다. 아울러 철인들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여전히 그들을 잊지 못하는 주변인들의 애틋한 마음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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