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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료업계 “내년 요소 수출량 70% 이상 줄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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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수출 통관을 갑작스럽게 보류한 가운데 5일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를 1통씩만 제한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수출 통관을 갑작스럽게 보류한 가운데 5일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를 1통씩만 제한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비료 원료인 요소의 자국 내 우선 공급을 내세워 내년도 수출량을 올해보다 70% 이상 감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용 요소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비료업계의 소식을 전하는 중국화학비료망(fert.cn)은 지난 1일 “지난달 24일 관련 회의에서 중눙(中農), 중화(中化) 등 15개 주요 상업 비축·무역 기업이 2024년 요소 수출 총량이 94만4000t을 초과하지 않는 데 동의하는 2024년 요소 수출 자율 협의(사실상 제한)를 했다”고 밝혔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의 요소(상품 분류코드 31021000) 수출량은 339만4514t을 기록했다. 중국 업계가 정한 내년도 요소 수출 총량 94만4000t은 올해 10월까지의 수출량보다 70% 이상 줄어든 27.8%에 불과하다.

비료망은 또 “최근 요소 수출을 전면 제한한다는 소문이 또 나왔는데 2024년 1분기까지 수출을 불허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알아본 바에 따르면 현재 일부 항구에서는 수출 증빙 서류를 가지고도 수출할 수 없고, 화물이 항구에 쌓여 있으며, 항구 화물이 회수되는 현상까지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산 요소의 수입은 내년 1분기는 물론 2024년 말까지 크게 줄어들어, 산업용 요소의 91.8%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의 원료 수급에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국내에서는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뿐 아니라 자원 비축 문제에 신경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소 같은 긴급수급조절물자(정부가 긴급히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물자)부터 리튬을 비롯한 핵심 광물까지 정부 물량이 부족해 대(對)중 공급망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차량용(산업용) 요소는 국내 재고와 베트남 등에서의 수입 예정분 등을 합쳐 약 3개월치를 확보했다. 대부분 롯데정밀화학 등 요소 관련 기업이 보유했거나 향후 들여올 물량이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쥐고 있는 건 조달청에서 확보한 6000t 정도다. 조달청 관계자는 “현재 가진 게 3000t이고, 나머지 3000t은 구매 계약을 체결해 곧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로 들여온 산업용 요소는 약 29만t이다. 이 중 차량용 수요는 하루 200t(연간 8만t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자체 보유한 비축 물량은 전체 수입분의 2% 안팎, 차량용에 대입하면 한 달치 정도에 불과하다. 자체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은 데다 “오래 두면 수분을 머금어 쓰기 어려워 최대 6개월 이상 갖고 있을 수 없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지만, 국내 공급망을 안정시키기엔 턱없이 적다.

이 때문에 정부도 4일 민관 합동 회의를 열고 조달청을 통한 요소 공공 비축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67%로 떨어졌던 대중 수입 의존도(수입액 기준)가 올해 1~10월 90%로 늘어나는 동안 싼값에 미리 확보할 기회를 놓쳤다. 앞서 세웠던 비축 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달청의 비축자금 집행 계획상 2024~2025년 차량용 요소 신규 확보는 ‘0’으로 잡혀 있다.

요소 업계 관계자는 “대체 수입선을 찾아도 중국산보다 비싸니까 결국 손해를 떠안거나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해야 한다”며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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