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이는 30대, 피해액 2~3억이 가장 많아...강서구, 전세사기 피해 전수조사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서구 전세사기 피해자 가운데 나잇대로는 30대, 피해액은 2~3억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자 대부분은 신경쇠약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 강서구는 지난해 10월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가 대규모 전세 사기를 저지른 지역이다. 강서구 전세사기 의심 거래 건수는 337건에 피해액은 약 833억원대로,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5일 오후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대책위)와 지역 피해자들 220여명이 대전 서구 대전시청 잔디광장에서 정부의 과실 인정 요구와 배상을 촉구하며 정부와 대전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대책위)와 지역 피해자들 220여명이 대전 서구 대전시청 잔디광장에서 정부의 과실 인정 요구와 배상을 촉구하며 정부와 대전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강서구는 5일 오후 7시30분 구청 대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전세사기 피해자 전수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진교훈 강서구청장을 비롯한 강서구 관계자와 피해자 지원 조례를 대표 발의한 고찬양 강서구의원, 전세사기 피해를 본 주민 80여명이 참석했다.

강서구, 지자체 최초 전세사기 현황 조사

강서구는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사전면담과 온라인‧유선 상담 등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를 본 550명을 조사했다. 국토교통부 심의를 받고, 지난 6월 1일 시행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상 피해자 489명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61명이 대상에 포함됐다. 이 중 355명(응답률 64.5%)이 조사에 응했다.

응답자 중 피해자를 나잇대로 보면 30대가 56.3%로 가장 많았다. 40대 이상은 28.1%, 20대는 15.6%로 그 뒤를 이었다. 피해액 규모로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8.1%가 2억 이상~3억 미만의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1억 이상~2억 미만은 22.8%, 1억 미만은 15.3%, 3억 이상~5억 미만은 3.8%였다.

5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서구청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전수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고회’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나운채 기자

5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서구청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전수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고회’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나운채 기자

응답자 10명 중 6명가량(64.1%)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우선매수권 등을 행사해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전세사기특별법이 피해자에 우선매수권을 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매수권을 양수해서 대신 경‧공매에 참여하는 방법 등을 권유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매를 거쳐 피해주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도 입찰보증금 납부 등을 위해서 피해자가 또다시 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맞닿는 문제가 있다.

소송비용 부담…심신 쇠약해지는 피해자

이밖에도 보증금을 되찾기 위해 각종 소송을 진행하면서 사용되는 비용도 피해자를 괴롭게 했다. 응답자 대부분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 임대인 형사고발, 임차권 등기명령 등 다양한 소송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변호사 선임비를 제외하고도 평균 160만원대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송으로 인해 5일 이상 현업 근무를 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64%가량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은 심신이 쇠약해져 갔다. 응답자 89%가 ‘건강이 나빠졌다’며 수면 장애나 신경쇠약, 위장장애 등 증상을 호소했다.

지난 10월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월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구 차원 지원 대책만으론…“정부‧국회 관심”

강서구는 전세피해지원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피해자를 돕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등록 임대사업자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피해자 소송비용도 100만원 안팎에서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온‧오프라인 소통 창구를 마련해 피해자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다.

이날 보고회에 참여한 구민 대다수는 피의자 처벌 강화뿐만 아니라 특별법상 피해자 인정 요건 등 구제 조건 완화 등을 요구했다. 진교훈 구청장은 “구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신속하게 시행할 것”이라면서도 “구 차원 대책만으로는 근원적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법 개정과 대책 발표 등 정부와 국회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