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에이즈는 이제 '천형' 아닌 만성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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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에이즈는 천형이다!' 일반인이 바꿔야 할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다.

에이즈 치료제가 나오기 전인 10년 전만 해도 이 말은 그런대로 통했다. 하지만 이제 에이즈는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병으로 분류된다. 실제 에이즈를 제대로 치료받으면 다른 만성병과 사망률이 비슷하다는 것.

인하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이훈재 교수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좋은 약들이 나와 환자의 생명도 연장하지만 타인 감염률도 크게 떨어졌다"며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환자가 생명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에이즈 역시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관리다. 불안하다 싶으면 우선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

에이즈 검사는 병.의원이나 보건소, 전문 검사기관 어디라도 좋다. 단지 진단 방법은 조금 다르다.

예컨대 병원급이나 전문 검사기관처럼 검사시설을 갖춘 곳은 1차 검사로 엘리자(ELISA)법을 사용하지만 의원급은 간편한 진단키트를 활용한다. 혈액을 키트에 반응시켜 모양의 변화를 보는 것. 현재 60여 종이 나와 있지만 국내에선 4~5종이 사용된다. 문제는 1차 검사는 오류가 종종 있다는 것. 이 교수는 "간염 등 바이러스 질환이나 여타 질병 유무에 따라 에이즈 양성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2차 확진을 위한 웨스턴 블럿 검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검사 후 결과를 알기까지 1주일 이상 걸린다. 기다리는 과정이 피검자에겐 '피 말리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진단키트의 생명은 시간과 정확성이다. 다행히 이런 단점을 해소한 진단키트가 외국에서 개발돼 국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오라슈어사가 개발한 '오라퀵'은 혈액과 구강점막을 이용한 키트. 혈액 사용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통과했고, 구강점막용은 심사 중이다.

정확도 (민감도 99.6%, 특이도 100%)가 높아 가짜 음성.양성의 문제점을 극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20분 내에 검사 결과가 나타나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한다. 올 6월부터 미국 워싱턴 DC는 전체 주민 60만 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진단키트를 이용해 유병률 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익명검사를 통한 조기검진 활성화법이 만들어져 국회에 상정된 상태. 검진체계의 신속성을 통해 에이즈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다.

12월 1일은 에이즈의 날. 우리나라 누적 감염인은 4401명이다. 이 중 806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에이즈에 대한 예방의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서울대보건대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관계시 콘돔 사용률은 23%에 불과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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