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준석 구글폼 창당? "50억 들어 불가능" vs "온라인 정당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을 주제로 열리는 토크콘서트에 앞서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을 주제로 열리는 토크콘서트에 앞서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신당’이 내년 4·10 총선에 나설 예비후보자 모집에 나섰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오후 페이스북에 “다가오는 제22대 총선에서 출마를 통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들에 대한 조사를 하고자 한다”며 구글폼 설문지를 올렸다. 설문지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출마의 의사가 있는 분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설명과 함께 이름, 성별, 연령, 전화번호, 총선 관심 지역, 직업, 학력, 공직 선거 출마 경험 여부를 적도록 해놨다. 총선 120일 전인 12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가능한 만큼 창당 전에 예비후보자 리스트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수차례 “12월 27일까지 당이 변화가 없다면 창당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처럼 ‘이준석 신당’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실제 창당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류 측은 “이 전 대표의 목표는 창당이 아니라, 창당을 지렛대로 당 지도부와 협상에 나서려는 것”이란 분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실무적으로 봤을 때 창당에 드는 비용과 당원 모집이라는 큰 산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 관계자는 “이준석 신당이 어떤 명분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유력 인사가 합류하고, 어떤 지지율을 받을지는 나중 문제”라며 “당장 창당을 위한 실무 작업 자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 본관 앞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가 연 채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 본관 앞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가 연 채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정당법상 창당을 위해서는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한 뒤 전국 5개 이상 지역에 시·도당을 설치하고,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해야 한다. 당원들과 함께 시·도당별로 창당대회를 열어 해당 자료를 시·도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고, 일간지에 공고를 거쳐 중앙당 창당대회까지 열어야 최종 절차가 마무리된다. 제3지대 창당 경험이 있는 정치권 관계자는 “이 과정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돈이 줄줄 새나가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우선 각 시·도당과 중앙당 사무실 임대료와 당직자 월급이 매달 나간다. 무료 봉사자로도 충당이 가능하지만, 창당 작업을 할 줄 아는 고급 인력이 무료봉사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6차례의 창당대회를 위한 대관비, 로고·홍보물·영상 제작 등도 모두 비용이 든다. 창당대회도 경우에 따라 최소 200~300만원으로도 가능하지만, 창당대회를 대형 이벤트처럼 치르기 위해선 체육관 등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최소 5억 이상이 든다. 결국 창당에 필요한 총비용이 최소 1억원부터 최대 30억원까지 다양한 셈이다. 2014년 안철수 의원이 참여했던 새정치연합은 창당 비용으로 30억원 이상을 썼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 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거대 정당을 창당하려면 50억원 안팎의 돈이 들 수도 있는 것이다.

현역 의원이 신당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도 관건이다. 현역 의원의 경우 정치후원금 일부를 창당 비용으로 쓸 수 있고, 5명 이상의 현역의원이 포함되면 선관위가 지급하는 국고보조금도 크게 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준석 신당에 공개적으로 합류 의사를 밝힌 현역 의원은 없다.

2021년 6월 11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통상 전당대회 출마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인 3000만원 미만으로 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며 화제를 낳았다. 오종택 기자

2021년 6월 11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통상 전당대회 출마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인 3000만원 미만으로 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며 화제를 낳았다. 오종택 기자

전국 5000명 이상의 당원 모집도 큰 일이다. 이 전 대표가 지난달 시작한 지지자 연락망 구축에는 현재 6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이 전 대표 측은 밝혔다. 그러나 연락망과 당원 명부는 엄연히 큰 차이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창당 경험이 있는 여권 관계자는 “우리도 똑같은 구글폼으로 당원 모집을 했을 때 1만명 이상이 동참했었다”며 “그러나 실제 당원 가입으로 연결된 경우는 1%가 안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계 유력 인사를 통해 소개 받은 인사 300여명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려 전국을 돌아다닌 적이 있지만 단 한 명도 당원 가입을 안 했었다”며 “종교를 개종시키는 것만큼 힘든 게 당원 모집”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준석 신당은 기존 정당과는 전혀 다르다”며 “온라인 정당을 표방하기 때문에 돈이 훨씬 적게 들어 신당 창당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가 2030 청년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중심 정당을 만들 것이기 때문에 기존 정치권 문법으로 보면 안 된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남들이 3~5억 가량 쓸 때 3000만원 이하 비용으로 당선된 사람”이라며 “온라인 중심으로 작업하면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 전광석화처럼 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역대 신당 창당 과정을 보면 누가 주도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다르다”며 “이준석 전 대표는 지지도와 인지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과거 정치권 거물이 만들었던 신당처럼 될 수도 있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