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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절반 “내년 투자계획 미정”…고금리가 최대 리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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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직 내년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환율, 중동·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만큼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투자 활동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 요인으로는 고금리가 꼽혔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내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131개 사)의 55%가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49.7%) “투자 계획이 없다”(5.3%)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61%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올해보다 투자를 확대할 것”(28.8%)이라는 응답이 “축소하겠다”(10.2%)는 답변보다 많았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지난해 같은 기간 한경협이 진행했던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투자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기업 비중은 크게 늘었지만(2022년 38.0%→2023년 49.7%)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투자를 늘린다는 기업의 비중은 13.5→28.8%로 늘었다.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절반으로 감소(2022년 19.2→2023년 10.2%)했다. 한경협 측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투자를 미루고 있는 기업들이 늘었지만 지난해보다는 더 많은 기업이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들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37.3%) ▶경제 전망이 양호해서(25.5%) ▶업황 개선 기대감(15.7%) 등을 꼽았다. 반면 투자를 축소하는 기업들은 ▶불투명한 경제 전망(31.6%) ▶원가 상승 리스크(26.6%)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자금 조달 애로(14.3%) 등을 걸림돌로 꼽았다.

기업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 기업 3곳 중 1곳(32.8%)이 2024년 하반기를 경기 반등 시기로 꼽았다. “기약 없음”을 택한 곳도 21.4%였다.

내년 3대 투자 리스크 요인으로는 ▶고금리 지속(33.6%)과 ▶고환율·고물가(24.2%) ▶글로벌 경기 둔화(21.6%)가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투자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시설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28.8%)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와 관련 지원 부족(18.1%) ▶신산업 진입 규제(14.0%) ▶연구개발(R&D)·시설투자 지원 부족(13.7%) 등을 꼽았다. 주요 정책과제로는 ▶금리 인하(28.8%) ▶법인세 감세 및 세제지원 강화(22.6%) 같은 자금 대책을 들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년에 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조짐”이라면서 “기업의 어려운 자금 사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금융 세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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