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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93) 제갈량이 칠종칠금(七縱七擒)하자 진정으로 복종한 맹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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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이 후주를 모시며 통치한 지 3년, 농사는 풍년이고 백성들은 태평세월을 보냈습니다. 창고는 군량이 풍족했고 재화도 넘쳐났습니다. 이러한 때, 익주군에서 급보가 날아왔습니다.

만왕(蠻王) 맹획이 10만 명의 만병을 일으켜 국경을 넘어와서 약탈하고 있습니다. 건녕태수 옹개가 맹획과 손잡고 반란을 일으키자 장가태수 주포와 월준태수 고정은 성을 바쳤고, 영창태수 왕항만이 배반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옹개, 주포, 고정 세 사람의 부하 인마가 모두 맹획과 함께 양도관이 되어 영창군을 공격하고 있는데, 왕항은 공조(功曹) 여개와 함께 백성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이 성을 사수하고 있으나 형세가 매우 다급합니다.

촉군을 공격하는 남만군의 맹획. 출처=예슝(葉雄) 화백

촉군을 공격하는 남만군의 맹획.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후주에게 국가를 위해 직접 대군을 거느리고 토벌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후주와 신하들이 반대했습니다. 국가의 중책을 맡고 있으니 원정은 불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이 설득했습니다.

남만 땅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사람들이 왕화(王化)에 젖지 않아 굴복시키기가 매우 어렵소. 그래서 내가 직접 가서 정벌해야 하오. 당겼다 늦췄다 하면서 별도로 고려해야 할 터이니, 쉽사리 누구에게 부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익주군에 도착한 제갈량은 먼저 고정의 선봉인 악환을 잡아서 다독였습니다. 고정이 옹개에게 현혹되지 말고 속히 귀향하여 화를 면하라며 살려주었습니다. 옹개는 제갈량이 반간계를 쓰는 것이라며 고정을 질책했지만 고정은 알 수 없었습니다. 제갈량은 사로잡은 부하 군사들도 모두 살려주며 반간계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고정과 옹개의 군사들은 옹개와 주포의 수급을 베어 제갈량에게 항복했습니다. 제갈량은 고정에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일부러 너에게 이 두 역적을 죽여 충성심을 보이게 한 것이다.

즉시 고정을 익주태수(益州太守)로 삼아 3개 군을 도맡아 다스리게 하고 악환을 아장(牙將)으로 삼았습니다. 영창태수 왕항이 제갈량을 만나서 여개를 추천했습니다. 여개는 제갈량에게 자신이 그린 ‘평만지장도(平蠻指掌圖)’를 주었습니다. 제갈량을 크게 기뻐했습니다. 이때, 마속이 후주의 칙령을 받들어 군사들에게 술과 옷감을 나누어 주려고 왔습니다. 제갈량은 마속에게 남만(南蠻)을 평정할 계책을 물었습니다.

남만은 그들이 사는 땅이 이곳서 멀고 험하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오랫동안 복종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오늘 그들을 무찌른다고 해도 그들은 내일이면 또다시 배신할 것입니다. 지금 승상께서 대군을 거느리고 그곳에 가시면 그들은 반드시 평정될 것입니다. 하지만 군사를 철수시켜 돌아와 그 군사들로 북쪽의 조비를 치시면, 남만의 병사들은 나라 안이 무방비임을 알고 금방 배신하여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방법을 상수로 삼고, 성을 공격하는 방법을 하수로 삼습니다. 심리전이 가장 좋은 전략이고, 군사를 투입하여 싸우는 것이 가장 나쁜 전략입니다. 바라건대 승상께서는 충분히 그들의 마음을 굴복시키실 것입니다.

제갈량은 마속의 계책대로 남만이 마음으로 승복할 때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맹획을 따르던 무리를 귀가시켜 민심을 다독였습니다.

너희는 모두가 착한 백성들이다. 그런데 맹획에게 예속되어 이런 불행한 꼴을 당했구나. 내가 생각하기에 너희의 부모형제, 처자들은 오늘도 대문에 기대어 너희가 돌아오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만약 싸움에 졌다는 풍문이라도 들으면 애간장이 끊어져 녹아내리고 두 눈은 피눈물이 흐를 것이다. 내 너희들을 모두 살려서 보낼 터이니 모두 돌아가 집안을 안정시키도록 하라!

맹획은 잔여세력을 이끌고 운남(雲南)으로 도망하여 더욱 거세게 저항했습니다. 맹획은 위신을 중시하는 고집불통의 수령이었습니다. 제갈량은 이런 맹획에게서 진심으로 항복을 받아내야만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제갈량은 맹획을 7번을 사로잡았다가 풀어주었습니다.

촉군에 사로잡혀 제갈량에게 끌려온 맹획. 출처=예슝(葉雄) 화백

촉군에 사로잡혀 제갈량에게 끌려온 맹획. 출처=예슝(葉雄) 화백

첫 번째는 반간계의 꾀를 내어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두 번째는 맹획이 노수(瀘水)를 방패 삼아 성을 쌓고 장기전을 벌이자, 밤에 노수를 건너 맹획을 사로잡았습니다. 세 번째는 제갈량이 병가의 금기인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진영을 세우고 맹획을 유도하자, 맹획은 아우인 맹우에게 거짓 항복하게 한 후, 안팎에서 화공으로 공격하기로 하지만 역시 제갈량에게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네 번째도 맹획 형제는 제갈량의 함정에 빠져 다시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다섯 번째는 독룡동(禿龍洞)에서 대항하는 맹획을 공략하는 것인데, 이곳은 지세가 험하고 독사와 전갈이 많으며 저녁 무렵에는 독한 안개가 사람을 질식시키는 곳이었습니다. 또한 길가의 물은 모두 독이 들어 있어서 함부로 마셔서는 안 되는 위험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산속의 노인에게 예방과 해독법을 알아내고는 이번에도 맹획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섯 번째는 신비한 도술을 부리는 목록대왕을 무찌르자, 맹획의 처남인 대래동주가 맹획 일당을 사로잡아 오는 척하며 제갈량을 무찌르려 하는 것을 역으로 사로잡아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오과국(烏戈國)의 천하무적인 등갑군(籐甲軍)을 제갈량은 불로 제압하고 맹획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갈량의 신기(神技)와 마술적인 계략에 맹획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육단사죄(肉袒謝罪)하며 항복했습니다.

일곱 번 잡고 일곱 번 놓아준 것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오. 내 비록 변방에 살고 있지만 예의는 알고 있소. 어찌 염치가 없겠소이까. 이제 공은 우리에게 황제의 위엄을 보이셨으니, 이곳 사람들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오.

제갈량은 맹획을 용서하고 그동안 정복한 모든 지역을 그에게 주며 다스리도록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제갈량의 은덕에 감복하여 사당을 세우고 자부(慈父)라고 부르며 따랐습니다.

제갈량의 칠종칠금에 진심으로 항복하는 맹획.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의 칠종칠금에 진심으로 항복하는 맹획. 출처=예슝(葉雄) 화백

윤건에 깃털부채 들고 수레에 앉아  羽扇綸巾雍碧幢
일곱 번 사로잡으니 만왕이 스스로 항복하네 七擒妙策制蠻王
지금도 남만 땅에는 위엄과 덕 기리기 위해 至今溪洞傳威德
높은 언덕 선별해서 사당을 세웠다네.  爲選高原立廟堂

제갈량은 군사들을 배부르게 먹인 후 군사를 성도로 철수시켰습니다. 위연에게 앞장을 서라고 했습니다. 위연이 노수 가에 이르러 강을 건너려고 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모여들며 수면에서 한바탕 모진 바람이 일어나더니 모래를 날리고 자갈을 굴리며 휘몰아쳐서 군사들이 강을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제갈량은 즉시 맹획을 불러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제 제갈량에게 진심으로 승복한 맹획이 어떻게 제갈량을 도와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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