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술술 읽는 삼국지](92) 촉오가 다시 화친하고 조비는 장강에서 혼쭐이 나다

중앙일보

입력

술술 읽는 삼국지’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손권은 육손이 유비를 물리친 데 이어 위군까지 물리치자 육손을 보국장군(輔國將軍)으로 삼고 강릉후에 봉했습니다. 아울러 형주목을 겸임하게 했습니다. 병권(兵權)도 모두 육손이 지휘하게 되었습니다. 조비가 사마의의 계략을 받아들여 오로(五路)로 공략하기로 하고 손권에게도 사람을 보냈습니다. 함께 촉을 공격하여 무너뜨린 후, 촉의 영토를 반반씩 나누어 가지는 조건이었습니다. 손권은 육손을 불러 의견을 물었습니다.

육손은 우선 승낙하고 사로(四路)의 전투 상황을 보다가 제갈량이 불리하면 즉각 군사를 진격시켜 성도를 함락하고, 사로의 군사가 패한다면 다시 상의하도록 했습니다. 손권은 그 말을 따르기로 하고 각 곳에 사람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게 했습니다. 네 곳이 모두 패하거나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손권은 군사를 움직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때, 촉에서 등지가 사신으로 왔습니다. 장소는 등지가 세객(說客)으로 온 것으로 믿고 손권에게 대응방법을 말했습니다.

우선 전각 앞에 큰 세발솥(鼎)을 가져다 놓으십시오. 수백 근의 기름을 붓고 숯을 피워 끓이면서, 우락부락하고 건장한 무사 1천 명을 골라 칼을 들고 궁문 앞에서 전상(殿上)까지 곧장 늘어세운 다음 등지를 부르십시오.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릴 것도 없이, 역이기는 제나라를 달랬다가 기름 가마에 삶겨 죽었다고 꾸짖으시고 그가 뭐라고 대답하는지 두고 보소서.

손권은 장소의 말대로 준비하고 등지를 불렀습니다. 등지가 궁문 앞에 이르러 이 광경을 보고는 그 뜻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조금도 두려움 없는 모습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유유히 걸어 들어갔습니다. 기름 가마를 보고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전각 앞에 이르자 손권이 준비한 말로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등지가 크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끓는 기름 솥도 두려워하지 않는 등지. 출처=예슝(葉雄) 화백

끓는 기름 솥도 두려워하지 않는 등지.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람들이 모두 동오에는 훌륭한 사람이 많다고 하더니 하나의 유생을 무서워할 줄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내가 어찌 하찮은 놈을 무서워하겠느냐?

나는 촉의 한 유생으로 특별히 오나라의 이해(利害)를 말씀드리러 왔는데, 군사를 늘어세우고 기름 가마까지 끓이면서 한 사람의 사신을 막고 있으니, 어째서 이렇게 통이 좁으십니까? 어디 남을 용납이나 하시겠습니까?

손권은 황당하고 부끄러워 무사들을 물리치고 등지를 전각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등지는 손권에게 촉오동맹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설명했습니다. 손권은 답례 인사로 중랑장(中郎將) 장온을 사신으로 삼아 등지와 함께 촉으로 보냈습니다. 후주와 제갈량은 장온을 후하게 대접했습니다. 장온이 다시 등지와 귀국하여 손권에게 후주와 제갈량의 덕망을 설명하고 영원한 우호로 맺어지기를 바란다고 보고했습니다. 손권은 연회를 열어 등지를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만일 오와 촉, 두 나라가 마음을 합해 위를 멸하고 천하태평을 이룩하여 두 임금이 나누어 다스린다면 어찌 즐겁지 않겠소?

하늘에는 두 해가 없고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습니다. 만일 위를 멸하게 된다면 그다음의 천명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임금이 되는 이는 덕을 쌓고, 신하가 되는 이는 충성을 다한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는 참으로 성실한 사람이구려!

한편, 조비는 촉과 오가 우호 관계를 맺은 사실을 알고 크게 화가 났습니다. 두 나라가 손잡고 위를 공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조비는 촉오가 공격해오기 전에 먼저 선공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마의가 오를 치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함을 말하고 전선(戰船)을 선발하여 공격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습니다. 조비는 그 말을 따라 길이 20여 장(丈)이나 되는 용주(龍舟) 10척을 만들었습니다. 삼천 척의 전선을 모아 강남으로 향했습니다.

손권은 소식을 듣고 문무 관료들을 불러 상의했습니다. 육손은 형주를 지키고 있어서 가벼이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고옹이 촉과 우호를 맺었으니 제갈량으로 하여금 한중으로 출격하여 위군을 공격하게 하도록 요청하자고 했습니다. 이때 서성이 나섰습니다.

신이 비록 재주는 없지만 일군(一軍)을 거느리고 위군을 막겠습니다. 만일 조비가 직접 장강을 건너온다면 신이 꼭 사로잡아 전하께 바치겠습니다. 만일 장강을 건너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군을 절반쯤 죽여 감히 다시는 동오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서성. 출처=예슝(葉雄) 화백

서성. 출처=예슝(葉雄) 화백

손권은 서성을 안동장군(安東將軍)으로 삼아 건업과 남서의 군마를 총독하게 했습니다. 서성은 곧바로 군관들을 불러 명령을 내렸습니다.

무기류와 깃발들을 많이 설치하고 강변을 단단히 지킬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라!

오늘 대왕께서 장군에게 중책을 맡기신 것은 위군을 무찌르고 조비를 잡으라는 것이오. 장군은 왜 일찌감치 군마를 출동시켜 강을 건너가 회남지방에서 적을 맞으려 하지 않으십니까? 여기서 조비의 군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아마 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왕의 조카인 손소가 반문했습니다. 서성은 조비의 군사가 강대하니 강을 건너는 것은 불가하고 북쪽 강기슭에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 공격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손소는 자신이 지리를 잘 알고 있으니 3천 명의 군사로 강을 건너가 공격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성은 계속 손소가 고집을 부리며 명령을 따르지 않자 무사들에게 손소를 끌어내 목을 베라고 명령했습니다. 손권이 이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습니다.

대왕께서는 신을 도독으로 명하시어 군사를 거느리고 위를 막으라 하셨습니다. 이제 양무장군 손소가 군법을 따르지 않고 명령을 어겼으니 이는 참형에 해당합니다. 대왕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용서해 주시옵니까?

손소가 혈기만 믿고 잘못하여 군법을 어겼으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오.

법은 신이 세운 것도 아니고, 또한 대왕께서 세우신 것도 아닙니다. 바로 국가의 전형(典刑)입니다. 만일 친하다고 용서해 준다면 어떻게 많은 사람을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손소가 법을 어겼으니 응당 장군이 처치하는 대로 맡겨 두어야 하오. 그러나 어찌하겠소. 형님의 자식이지만 나를 위해서도 공적을 꽤 세웠소. 지금 만약 죽인다면 형님과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 될 것이오.

우선 대왕의 체면을 보아 형 집행은 미루어 두겠습니다.

그날 밤, 손소는 자신의 정예병 3천 명을 이끌고 강을 건너갔습니다. 서성은 혹시 실수라도 있으면 손권을 뵐 면목이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즉시 정봉에게 3천 명의 군사와 비밀 지시를 내려 장강을 건너가게 했습니다. 서성의 마음도 편할 리가 없었습니다.

한편, 조비는 장강을 따라 순탄하게 오다가 서성이 강가 성루에 세워 논 수많은 허수아비를 보고 진짜인 줄 알고는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이때, 급히 파발마가 달려와 고했습니다.

조운이 군사를 이끌고 양평관으로 나와 곧장 장안을 공격하려고 합니다.

손권의 치소였던 남경의 석두성. 허우범 작가

손권의 치소였던 남경의 석두성. 허우범 작가

조비는 보고를 받자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즉시 철군을 명령했습니다. 그때, 손소가 몰아쳐 들어왔습니다. 조비는 힘을 다해 빠져나갔습니다. 30리를 갔을 때 또다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용주가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조비는 허둥지둥 말로 갈아타고 달아났습니다. 이때 정봉이 공격해 왔습니다. 장료와 서황이 조비를 구원하여 달아났습니다. 손소와 정봉은 위군을 무찌르고 많은 전리품을 노획했습니다. 손권은 서성에게 후한 상을 내렸습니다.

한편, 조운은 군사를 이끌고 양평관을 나오던 중 갑자기 승상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익주군의 늙은 족장 옹개가 만왕 맹획과 반란을 일으켰으니 양평관은 마초에게 맡기고 속히 돌아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운은 서둘러 군대를 성도로 돌렸습니다. 제갈량은 직접 남정(南征)을 준비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남만 정벌이 시작되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