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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조 시장 잡아라…"할머니 추억 살아났다" 눈물 글썽인 광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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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미지 생성 AI프로그램인 'MS 디자이너'를 활용해 만든 그림. 사진 MS 유튜브 캡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미지 생성 AI프로그램인 'MS 디자이너'를 활용해 만든 그림. 사진 MS 유튜브 캡처

“매년 이맘때 할머니의 검은색 코트를 입으면, 할머니와 걷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한 중년 여성의 기억을 듣고 입력창에 ‘짙은 색 울 코트(dark wool coat)’를 치자 이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로 둘러싸인 자연 속에서 한 여성이 검은 코트를 입고 서 있는 그림이 나타난다. 여성은 “너무 아름답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당신의 연말을 명화로 만드세요’란 주제로 진행 중인 광고 캠페인 영상의 한 장면이다. 개인의 소중한 기억을 MS의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영상엔 “감동적이다” “이런 기술이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게 축복이다”란 댓글들이 달렸다. 글과 이미지를 모두 이해하는 AI 기술 덕분에 가능해졌다.

LG CNS가 생성형AI로 만든 디지털마케팅용 이미지. 사진 LG CNS

LG CNS가 생성형AI로 만든 디지털마케팅용 이미지. 사진 LG CNS

3일 정보기술(IT)과 마케팅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들은 이처럼 디지털 마케팅에 특화한 AI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과거에도 상품 소개 문구 등에 AI를 활용한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엔 ‘창작’의 영역으로 확대된 게 특징이다. 그 중심엔 글·음성·이미지·영상 등 서로 다른 양식의 정보를 자유자재로 배워 결과물을 내놓는 ‘멀티모달’(multi-modality·다중 표현) AI 기술이 있다.

LG CNS는 자체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 기술 ‘드래그’를 활용해 올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원하는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휴가’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관련 사진들을 찾고, 이 사진에서 ‘해변’ ‘화창한 날씨’ ‘야자수’ ‘바(bar)’ 같은 키워드를 추출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식이다. 여기에 고객사의 제품 이미지를 학습시키면 그 기업만의 특성을 담은 이미지를 순식간에 보여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디지털 마케팅 AI 플랫폼(‘COP’)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시장조사기관 잉크우드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AI 마케팅 시장은 2020년 117억3000만 달러(약 15조원)에서 2028년 820억 달러(약 106조원)로 매년 26.6%씩 고성장 중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도 지난해 국내 디지털 마케팅 시장이 8조5200억원으로 2년 전보다 50% 커졌다고 밝혔다.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생성형 AI 광고 상품인 ‘클로바 포 애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지난 9월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3(DALL-E3)’를, 메타(페이스북 모기업)는 영상 생성 AI인 ‘메이크 어 비디오’를 각각 공개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광고주들은 이미 다양한 광고를 시도중이다. 시나리오부터 이미지·영상·음성까지 AI 기술로 제작(LG유플러스)하거나 햄버거 이미지를 음악으로 변환(롯데리아)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바닥 재질에 따라 달라지는 청소기 흡입 소리를 AI 기술로 ‘창조’했다.

AI가 새우버거 이미지를 음악으로 변환한 '롯데리아 새우버거' 광고. 사진 롯데리아 유튜브 캡처

AI가 새우버거 이미지를 음악으로 변환한 '롯데리아 새우버거' 광고. 사진 롯데리아 유튜브 캡처

AI음악을 활용한 삼성전자 '더 제트 워크(THE JET WALK)' 광고. 사진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AI음악을 활용한 삼성전자 '더 제트 워크(THE JET WALK)' 광고. 사진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권영국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는 “AI 광고는 자동화를 통해 예산 활용의 폭을 넓혀주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이슈, 투명성과 윤리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AI 광고에 대한 공적인 기준을 만드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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