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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시신으로 발견…사망 처리된 그 남자 살아있었다,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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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시신으로 발견돼 사망 처리된 남성이 뒤늦게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2일 경찰과 경기 의정부시에 따르면 50대 남성 A씨는 최근 소송으로 주민등록을 회복했다.

A씨는 2003년 5월 26일 의정부시 한 연립주택 지하에서 목을 맨 채 숨진 변사자로 처리돼 지난 20년간 서류상 사망자로 살았다.

당시 경찰은 '며칠 전부터 악취가 난다'는 주민 신고로 현장을 확인했지만, 시신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정확한 신원 확인이 어려웠다.

게다가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집 하나를 여러 개의 방으로 쪼개 월세를 준 형태였고, 세입자들도 대부분 몇 달만 지내는 단기 거주자였던 탓에 신원 파악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은 탐문 끝에 이 방에 A씨가 살았다는 얘기를 듣고 노모 등 가족을 찾아 신원을 확인했고, 이후 범죄 혐의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단순 변사로 사건을 종결했다.

결국 서류상 사망자가 된 A씨는 이후 20년간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고물을 수집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 사이 A씨는 자신이 사망자로 분류된 사실을 알았지만 복잡한 절차 탓에 주민등록 복원을 포기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 1월 의정부 녹양역 인근에서 노숙 생활 중에 한 사회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고, 최근 법원에서 등록부 정정 허가 결정을 받았다.

경찰은 지난 6월 A씨가 등록부 정정 허가를 신청한 뒤 재판부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인지했다.

A씨는 경찰에 "20년 전 지하 방에서 살았으며 돈이 생기면 다른 지역에서 생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불러 행적 등을 정식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20년 전 사건이라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직원이 없어 재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시 시신의 신원 확인 등 사건 처리 경위를 최대한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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