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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주민에 갈 이익, 민간업자에" 김용 유죄…'李 배임'에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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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업자들과 장기간에 걸쳐 유착되는 과정에서 행해진 일련의 부패 범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가 지난달 30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유죄(징역 5년 및 벌금 7000만원)를 선고하면서 내린 양형 판단에서 등장하는 대목이다. 기소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였지만,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수수한 금품이어서 재판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시절 추진한 대장동 사업에 대한 성격 규정도 함께 담겼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7월 27일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7월 27일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法, “공공에 갈 이익, 민간업자에”…檢, ‘토착비리’ 손 들어줬나

재판부는 135쪽에 이르는 판결문에서 대장동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과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에게 귀속되는 결과 발생했다”라고 적시했다. 대장동 사업으로 성남시가 5503억원을 환수했기 때문에 배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 대표측의 주장과 배치되는 판단이다. 재판부의 판단은 지난 2월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사업 배임혐의 관련 구속영장청구서에서 검찰이 “지방자치권력과 민간개발업자들의 불법적인 유착을 통하여 본래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에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피의자의 측근과 민간업자 등 본건 범행의 공범들이 나눠 가진 지역 토착 비리 범행”이라고 한 것과 유사하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실상 이 대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부분을 재판부가 판결문에 담았다”고 말했다.

배임죄의 경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해야 성립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검찰측 주장과 비슷한 판단을 암시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에 대해 “개발사업 인허가는 공사와 성남시가 주관하는 업무이고 (김 전 부원장의) 직접적 개입, 결정 권한은 없다”라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종결정권자를 이 대표로 시사하면서다. 검찰은 사업의 최종결정권을 가진 이 대표가 자의적으로 민간업자들에게 이익을 넘겨줬다고 주장 중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월 17일 열린 2차 공판기일에서 “선의로 행정관청이 가지는 공권력을 활용해서 일부 환수하기로 작정하는 순간 제가 가지고 있는 재량권 또는 정책결정권이 의무화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검찰 주장을 반박한 바있다. 성남시장으로서 가진 정책결정권을 의무로 볼 수 없어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6억원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배임 동기 보강되나

이번 재판을 통해 검찰은 대장동 배임 사건의 약한 연결고리를 보강하는 뜻밖의 성과도 얻었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 공소장에서 이 대표의 배임 행위를 상세히 적시하면서도 ‘왜 민간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줬느냐’라는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개발사업을 통한) 치적 쌓기”정도로만 동기를 정리했다. 범행동기가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구성요건은 아니지만, 배임죄의 경우엔 재판부를 설득하는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다. 이 때문에 대장동 사건의 이 대표 배임 동기는 검찰 논리의 취약점으로 그동안 지적받았다.

재판부는 2020년 7월부터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캠프를 준비하며 기본소득운동본부·공정사다리포럼 등 전국 단위 외곽 조직을 연이어 출범시켰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직 구축, 지지세력 확보 등 대선 경선 준비와 그에 따른 정치 활동 전개하면서 정치자금이 필요하게 됐다”, “경선이 다가오면서 조직 관리를 위한 자금의 필요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5~7월 사이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 6억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설시한 부분으로, ‘대장동 민간업자에 대한 이익 공여→대선 경선시 불법정치자금으로 회수’라는 검찰측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구조다.

더 나아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세운 법인 중 하나인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의 지분이 있다는 ‘428억원 지분 약정’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측 주장의 신빙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수수한 돈을 428억원 중의 일부로 의심했지만, 전문 증거 외에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이 대표 대장동 사건 공소장에는 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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