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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최측근 김용 징역 5년 법정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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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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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용(사진)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5년 및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으로부터 받았다고 인정된 ▶불법 정치자금 6억원 ▶뇌물 7000만원 등 총 6억7000만원에 대해 추징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가 한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었다가 돌아선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을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지방의회 의원 김용과 개발사업을 관장하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 유동규가 민간업자 사이에서 장기간에 걸쳐 인허가를 매개로 금품 수수를 통해 유착한 일련의 부패 범죄”라며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의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고 판시했다. 또 “유동규·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의 관여로 인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공공개발에 있어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공사가 설립됐다”며 “심지어 김용과 유동규 등은 민간업자들과의 유착관계를 정치적으로도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을 앞둔 2021년 2월 유씨에게 “대선 자금 용도로 20억원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 총 네 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6억원은 김씨에게 전달됐으며, 나머지 2억4700만원은 유씨가 배달사고를 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또 김씨는 2013년 2월~2014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유씨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뇌물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2013년 4월에 받은 7000만원만 뇌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씨에게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민간업자 남욱씨에게는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자금을 전달한 정민용 변호사와 유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씨와 정씨는 정치자금 부정 ‘수수’의 공범으로 볼 수 없어 현재 공소사실에 따라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며 “법리적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불법적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법원, 유동규 진술 상당부분 인정…유 “수혜자는 이재명”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왼쪽 사진부터)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왼쪽 사진부터)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이날 판결은 검찰이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전방위적 수사에 착수한 뒤 나온 첫 유죄 판단이다. 다만 이번 재판에서 김용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뇌물 혐의에 대해선 이재명 대표와의 직접적인 공모 관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이 김씨가 선거 자금 명목으로 돈을 수수했다고는 봤지만 실제 그 돈이 대선캠프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는 규명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날 김씨가 ‘이재명의 수족’에 불과했다는 점을 선고에 거듭 참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14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씨가 유씨로부터 받은 1억원 뇌물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에 대한 뇌물이라기보다는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의 선거자금으로 제공되는 성격의 돈”이라며 무죄 판단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번 선고는 다른 대장동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날 김씨 혐의 대부분은 직접적 물증은 없지만 ‘유동규의 입’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김씨 측은 재판 내내 “유동규의 사기극”이라며 유씨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일부 부정확한 진술이 있으나 범행의 주요 부분은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 신빙성이 낮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오늘 인정한 유씨, 남씨의 진술 신빙성이 다른 재판에서도 완벽하게 연결되는 상황”이라며 “비록 재판부는 다르지만, 유씨 증언의 신빙성이 관철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유씨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재명을 위한 도구였다”며 “수혜자는 이재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저도 그 안에 있을 때는 발을 깊숙이 넣은 줄 몰랐다. 국민에게 죄송하고 앞으로 사실대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김씨 측 변호인(김기표 변호사)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 유동규의 진술을 재판부는 간단하게 ‘착각한 것 같다’고 판단했는데, 재판부가 이 점을 가볍게 보고 유죄 판결한 것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원 근처에 모인 이 대표 지지자들은 무죄를 선고받고 나온 유씨에게 욕설과 고성을 퍼붓기도 했다.

여권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판결로 인해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대선 과정이 검은돈과 유착관계를 맺었다는 의심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이 대표는 최측근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만으로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은 지방자치단체 공직자가 지자체 개발 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뇌물과 불법자금을 받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측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검찰의 짜깁기 수사와 기소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며 “일주일 만에 20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일 정도로 경선자금 조달 여력이 넘치는 상황에서 경선자금 확보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부정 자금은 1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걸 빌미로 이 대표를 흔들려는 시도가 당내 공감을 받거나 확산할 가능성은 0%”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재판이 끝난 게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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