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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거대한 수면 캡슐 만든 디자이너…패션 경계 넘는다

중앙일보

입력

미래의 수면 캡슐이라는 상상력에 기반한 ‘몽클레르 + 릭 오웬스’ 컬렉션. 길고 가는 실루엣과 반짝이는 퀼팅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진 몽클레르

미래의 수면 캡슐이라는 상상력에 기반한 ‘몽클레르 + 릭 오웬스’ 컬렉션. 길고 가는 실루엣과 반짝이는 퀼팅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진 몽클레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몽클레르는 최근 패션계에 만연한 단순한 ‘협업’을 거부한다. 전혀 새로운 패션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동 창작 플랫폼’에 가깝다. 지난 몇 차례의 협업으로 호흡을 맞춰왔던 디자이너 릭 오웬스는 이번에도 몽클레르와 함께 패션 문법의 경계를 넘는 도전적 시도를 감행한다.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트 오브 지니어스'의 한 장면. 은색 패딩으로 감싼 벤츠 G클래스가 등장했다. 사진 몽클레르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트 오브 지니어스'의 한 장면. 은색 패딩으로 감싼 벤츠 G클래스가 등장했다. 사진 몽클레르

안개를 뿜는 단상 위에 올라간 거대한 벤츠는 은색의 빛나는 패딩으로 둘러싸여 있다. 빙하를 배경으로 거대한 비계가 설치됐고, 그 속에는 형형색색의 패딩을 입은 모델들이 마치 전시된 듯 도열해 있다. 패딩을 입은 깜찍한 미니로봇 ‘러봇(LOVOT)’이 모델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닌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밝은 컬러의 컬렉션을 거대한 비계에 전시했다. 컬렉션 주제는 '도시에서 정상으로.' 사진 몽클레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밝은 컬러의 컬렉션을 거대한 비계에 전시했다. 컬렉션 주제는 '도시에서 정상으로.' 사진 몽클레르

올해 2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몽클레르의 ‘아트 오브 지니어스(The Art of Genius)’ 현장이다. 약 1만 명이 게스트로 참여, 패션 브랜드의 이벤트 현장으로는 이례적으로 거대한 규모와 위용을 자랑했다.

흔한 협업 아닌 ‘천재적’ 도전

몽클레르는 2018년부터 ‘몽클레르 지니어스’라는 특별한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패션계에서 요즘 ‘협업(collaboration)’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 됐다. 하지만 그만큼 협업이 만들어내는 신선함과 주목도는 떨어지고 있다.

몽클레르는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의 맨 처음 정의를 거슬러 올라간다. 브랜드와 비전을공유하는 외부 창작자와 힘을 합해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경계를 넘어서려는 도전적 시도 말이다.

프라그먼트(FRGMT)는 '사랑의 예술'을 주제로 패딩을 입은 강아지 러봇(LOVOT)이 등장시켰다. 사진 몽클레르

프라그먼트(FRGMT)는 '사랑의 예술'을 주제로 패딩을 입은 강아지 러봇(LOVOT)이 등장시켰다. 사진 몽클레르

올해 런던에서 첫선을 보인 실시간 몰입형 이벤트, 아트 오브 지니어스는 이런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공간에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한 차례 더 진화한 결과물이다. 창작자들은 저마다의 패션 비전을 라이브 공연이나 디지털 콘텐트, 체험형 설치물로 실감 나게 구현했다.

2023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창작자들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엘리샤 키스,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 뮤지션과 팜 엔젤스, 프라그먼트 등 개성 넘치는 패션 브랜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벤츠 같은 대형 글로벌 브랜드가 참여했다.

거대한 ‘수면 캡슐’ 선보인 릭 오웬스

런던의 유서 깊은 경기장인 ‘올림피아’에서 펼쳐진 아트 오브 지니어스의 놀라움은 거대한 수면 캡슐에서 절정을 이뤘다. 이를 만든 주인공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불리는 릭 오웬스. 몽클레르는 이날 지니어스 프로젝트의 외연을 한 단계 넓혀 ‘몽클레스 + 릭 오웬스’ 컬렉션을 소개했다.

릭 오웬스는 두 명의 사람이 고요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미래의 수면 캡슐을 선보였다. 사진 몽클레르

릭 오웬스는 두 명의 사람이 고요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미래의 수면 캡슐을 선보였다. 사진 몽클레르

릭 오웬스(61)는 1994년 미국 LA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의류 라인을 론칭한 후 2003년부터 파리에서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 살아 있는 패션 거장이다. 특유의 길고 가는 실루엣과 무채색 일색의 디자인으로 ‘다크(dark·어두운) 패션’의 대가로 불리기도 한다. 여성 모델이 다른 여성 모델을 매달고 런웨이를 걷는 등 기묘하면서도 독특한 패션쇼 연출로도 유명하다.

디자이너 릭 오웬스

디자이너 릭 오웬스

자욱한 안개 속에 모습을 드러낸 수면 캡슐은 마치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비행 물체처럼 보였다. 수면 캡슐은 두 명의 사람이 고요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재생 산소 농도 기능과 온도 조절 및 환기 시스템을 갖췄다. 내부는 몽클레르의 푹신한 패딩으로 마감됐다. 이 수면 캡슐은 실제 판매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한다.

수면 캡슐은 두 명의 사람이 고요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고안됐다. 사진 몽클레르

수면 캡슐은 두 명의 사람이 고요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고안됐다. 사진 몽클레르

패션을 넘어선 디자인의 한계에 도전한 릭 오웬스는 이번 컬렉션에 대해 “개인 맞춤형 수면 캡슐은 극도로 개인화된 공간으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버블(bubble·비눗방울)’과 같다”며 “이 수면 캡슐과 어울리는 의류를 함께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떠올려”

릭 오웬스는 몽클레르에 대해 “오늘날 우리가 사는 방식과 연관이 있으면서, 대담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패션을 선보이는 브랜드”라고 평했다. 릭 오웬스의 수면 캡슐은 이런 몽클레르의 비전을 확장한다. 미래의 인류가 사는 방식에 대한 어떤 가능성을 디자인으로 풀어낸 것이다.

수면 캡슐 디자인은 릭 오웬스의 개인적 사연에서 시작됐다. 릭 오웬스는 “연로한 부모님을 자주 보기 위해 미국에 자리를 잡아야 했는데, 아파트를 구하려다 보니 주변 소음이 신경 쓰였다”며 “수면 캡슐 아이디어는 끝없는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떠올린 이미지는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또는 마이클 잭슨의 고압산소치료실(hyperbaric chamber)이다.

재생 산소 농동 기능과 온도 조절 및 환기 시스템을 갖춘 수면 캡슐 내부. 몽클렐의 패딩으로 내부를 장식했다. 사진 몽클레르

재생 산소 농동 기능과 온도 조절 및 환기 시스템을 갖춘 수면 캡슐 내부. 몽클렐의 패딩으로 내부를 장식했다. 사진 몽클레르

수면 캡슐은 의류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협업 결과물이라기엔 다소 엉뚱하지만, 지니어스 프로젝트였기에 가능했다. 레모 루피니 몽클레르 회장 겸 CEO는 지니어스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해 “패션이라는 분야의 관습에서 벗어나 비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완벽히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면서 에너지를 생성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릭 오웬스는 수면 캡슐의 안팎에서 입을 수 있는 의상과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사진 몽클레르

릭 오웬스는 수면 캡슐의 안팎에서 입을 수 있는 의상과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사진 몽클레르

엄숙하리만치 고요한 분위기의 수면 캡슐과 비슷한 콘셉트로 디자인된 의류 컬렉션도 눈길을 끈다. 릭 오웬스 특유의 길고 가느다란 실루엣과 빛나는 퀼팅이 특징으로, 블랙과 빛바랜 무채색 등 절제된 색조들로 구성됐다. 항공 재킷, 패딩, 롱 코트, 데님 튜닉, 데님 스커트 등 의류 컬렉션에 스카프, 털 부츠, 담요 등 수면 캡슐 안팎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액세서리가 합류했다.

가늘고 긴 실루엣과 퀼팅 디자인이 특징인 '래디언스 퀼팅 롱 코트.' 사진 몽클레르

가늘고 긴 실루엣과 퀼팅 디자인이 특징인 '래디언스 퀼팅 롱 코트.' 사진 몽클레르

릭 오웬스는 가장 마음에 드는 컬렉션 피스로 “모닝커피를 들고 겨울 정원을 산책할 때 적합한 ‘래디언스 퀼팅 롱 코트’”를 꼽았다. 이번 몽클레르 + 릭 오웬스 컬렉션은 11월 30일부터 몽클레르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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