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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정관장 이끄는 외인 듀오, 메가-지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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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를 하는 메가(왼쪽)와 지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하이파이브를 하는 메가(왼쪽)와 지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두 여자가 한국에서 하나로 뭉쳤다. 여자배구 정관장을 이끌고 있는 지오바나 밀라나(25·미국·등록명 지아)과 메가왓티 퍼티위(24·인도네시아·등록명 메가)가 주인공이다.

정관장은 1라운드 4승 2패를 거두며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부터 시행된 아시아쿼터 최장신(1m85㎝)인 메가의 활약이 대단했다. 그리고 메가의 옆에는 지아가 있었다. 메가의 포지션은 공격을 주로 맡는 아포짓 스파이커다. 메가가 아포짓으로 뛸 수 있는 건 지아가 있어서다. 고희진 감독은 메가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아웃사이드 히터인 지아를 뽑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지아는 공격, 수비, 리시브까지 골고루 해내는 살림꾼이다.

정관장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관장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 사진 한국배구연맹

하지만 정관장은 2라운드에서 5연패를 당하며 추락했다. 상대팀이 메가와 지아에 대한 분석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8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4위로 올라섰다. 봄 배구를 향한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페퍼전 승리를 거둔 뒤 둘은 환하게 웃었다. 메가는 "연패 기간 너무 슬펐다. 3, 4세트에서 선수들끼리 믿고 플레이해 좋은 경기력을 펼친 것 같다"고 했다. 지아는 "1라운드는 잘 하다가 계속 져서 절망스럽고, 과절했다.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걸 고쳐야 할지 많이 연구했고, 블로킹이나 수비 위치 같은 세세한 부분을 보완해 능력을 극대화한 것 같다"고 했다.

정관장 아웃사이드 히터 지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관장 아웃사이드 히터 지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고희진 감독은 연패 기간 훈련량을 늘렸다. 하지만 두 외국인 선수는 어떠한 불만도 갖지 않았다. 메가는 "많은 연습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패배 때문에 긴장도 했다"며 "선수들끼리 카페도 가고, 친해지고, 서로의 생각과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케미스트리가 좋아졌다"고 했다.

지아는 "솔직히 힘들긴 했다. 경기 다음날 이렇게 힘든 훈련은 처음이다. 쉬는 시간엔 잠만 잤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필요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1라운드 때 가운데로 공격을 많이 했는데, 코칭 스태프가 내 공격 루트와 차트를 보여줬다. 이후 직선과 대각선 공격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여자배구 정관장에서 활약중인 미국 출신 지아(왼쪽)와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오른쪽). 가운데는 두 사람의 통역인 김윤솔씨. 대전=김효경 기자

여자배구 정관장에서 활약중인 미국 출신 지아(왼쪽)와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오른쪽). 가운데는 두 사람의 통역인 김윤솔씨. 대전=김효경 기자

전혀 다른 문화에서 살다 온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장 의지되는 동료다. 인도네시아어 전공자로 영어도 능숙해 둘의 통역을 맡고 있는 김윤솔(22)씨는 "항상 붙어다니기 때문에 둘이 친해질 수 밖에 없다. 서로 성격도 잘 맞는다"고 했다. 또 "메가가 해외 리그에선 영어로 대화를 해서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작전 타임 땐 영어로 일단 말하고, 감독님이 메가에게 얘기하는 내용은 인도네시아어로 다시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지아는 2주 전부터 남편 다니엘이 입국해 함께 하고 있다. 둘은 지아가 22살 때인 3년 전 결혼했다. 메가, 지아, 다니엘, 김윤솔씨까지 네 사람이 함께 있을 땐 웃음꽃이 핀다. 지아는 "남편이 트레이너라 개인적인 운동을 많이 도와준다. 성격도 긍정적이라 아침부터 내게 농담을 하면서 활기를 불어넣어준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입국 후 연패를 해서 마음이 무거웠던 다니엘은 28일 페퍼전 수훈선수 인터뷰장에 함께 와 활짝 미소지었다.

메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고희진 정관장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메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고희진 정관장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메가는 한국의 추위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지금까지 눈을 한 번 밖에 보지 않았고, 영하의 추위도 처음 겪었다. 하지만 빠르게 적응하고 있고,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두툼한 옷을 잘 챙겨입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팬들은 메가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메가는 "나와 우리 팀을 위해 시간을 내줘서 진심으로 응원해주신다.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고희진 감독은 "지아와 메가는 정말 착하고 성실한 선수들이다. 감독으로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만큼 둘에게도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주엔 메가를 위해 태국 식당에 가 함께 식사를 했다. 메가는 "감독님이 배구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내게 '할 수 있다,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했다. 고 감독과 메가, 박혜민과 식사를 하면서 '인생네컷'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

정관장 아웃사이드 히터 지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관장 아웃사이드 히터 지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지아 부부는 고희진 감독과 29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고 감독은 "한국 갈비를 사줄 생각"이라고 흐뭇해했다. 지아는 "평소에도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 '도시와 시골, 개와 고양이 어느 걸 더 좋아하는지'와 같은 창의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이번에도 많이 물어보려고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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