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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과 서방국가 연결…동북아 싱가포르 역할해야” [중앙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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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9일 ‘미·중 패권 경쟁 시대, 한국 경제의 활로는’을 주제로 열리는 2023 중앙포럼을 앞두고 중앙일보는 양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의 진단과 조언을 들었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인 원인과 전망에선 양측의 시각차가 컸다. 하지만 미·중 대결의 격화와 탈(脫)세계화 흐름에 대해선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왕후이야오 중국국제화센터 이사장

왕후이야오 중국국제화센터 이사장

왕후이야오(王輝耀) 중국국제화센터 이사장은 ‘피크 차이나’론에 대해 “단기적 현상만 보고 장기 전망을 한 것”이라며 중국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고 반박했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한국은 중국과 서방국가를 연결하는 ‘교량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북아시아의 싱가포르 역할이 적절하다는 의미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보다 약하다.
“중국 당국은 방역정책을 최적화한 뒤 경제 성장을 신중하게 5%로 예측했다. 올 한 해 국내외적으로 경제 환경이 복잡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 내 소비는 3분기까지 완만하게 회복했다. 국제 수요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중국의 대외 무역이 둔화한 것 역시 객관적 현상이지만 중국 경제의 회복 정도와는 무관하다. 부동산과 지방정부의 부채는 장기적인 경제 발전 과정에서 누적된 구조적 문제이며, 코로나19 영향으로 확대됐다.”
그렇다고 해도 활력이 떨어진 것 아닌가.
“중국 정부는 최근 새로운 정책을 내놨다. 정책의 효과가 시간상 늦어질 수 있지만, 시장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 경제 발전은 구조적 전환의 과정에 들어섰다. 더는 기존 패턴과 경로에 의존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문제를 겪게 된다. 적절하게 대처한다면 민생에 끼칠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은 초대형 경제 대국이다. 강대한 근성과 내재적인 발전 동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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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포센 PIIE 소장의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에 대해 어떻게 보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글은 중국의 단기적 경제 상황으로 중국의 장기적 경제 발전을 예측했다.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중국 경제 발전의 몇 가지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인프라 시설을 보유했다. 가장 긴 고속철도망, 가장 많은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이 있다. 매년 1000만 명 안팎의 대학 졸업생이 있고, 수억 명의 구매력 강한 중산층을 가졌다. 중국이 글로벌 가치사슬의 중추라는 지위 역시 단기간 안에 바꿀 수 없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통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의 기술 패권 행위다. 미국 기업의 첨단 제품조차 중국 수출을 제한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 역시 대중국 수출에서 적지 않은 손해를 입고 있다. 반면에 중국 기업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면서 조만간 중국산 제품으로의 대체를 실현할 것이다. 미국이 조속히 보호주의 기조를 바꾸길 희망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억제가 더욱 강경해졌다.
“바이든 시기 대중국 정책의 특징 중 하나는 정책 구상과 국가 안보의 연계다. 미국은 여러 방면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각종 방식으로 기술·정치·군사·안보에서 협력 동맹을 구축했다. 바이든 정부의 행동은 세계를 강제로 쪼개서 협력과 소통이 어려운 여러 블록을 만들었다. 글로벌 평화와 발전에 매우 불리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전 세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번 회담으로 양자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적어도 두 나라의 태도가 긍정적이었다. 양국 모두 어느 정도 갈등의 원인을 이해했고, 대화와 소통 채널도 만들었다. 시진핑 주석은 중·미 관계의 5대 기둥을 제시했다. 인문 교류의 촉진을 강조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5만 명의 미국 청소년을 중국으로 초청할 의향이 있다.”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한국이 안보상 미국에 의지하고 정치적으로 미국과 가깝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으며 모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원국이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싱가포르처럼 중국과 서방 사이의 다리가 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한·중 고위급 접촉이 빈번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선 정식 회담이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중·한 양국 지도자의 만남이 잦았다. 리창 총리가 자카르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다. 시진핑 주석은 항저우에서 한덕수 총리를 만났다. 앞으로도 이러한 고위급 대화의 수준과 빈도를 높여야 한다.”

☞왕후이야오=중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중국국제화센터(CCG) 설립자 겸 이사장으로 국무원(정부)의 정책 자문기구인 참사실 참사(2015~2022년)를 역임했다. 광둥외국어대 학사, 영국 맨체스터대 국제경영학 박사로 중국과 세계화, 글로벌 거버넌스, 미·중 관계에 대한 100여 권의 중·영문 편저 및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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