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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L당 1600원대까지 떨어졌다…연말 물가, 한숨 돌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L당 1665원에 팔고 있다. 뉴스1

26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L당 1665원에 팔고 있다. 뉴스1

직장인 이민영(40)씨가 유일하게 물가가 조금 내렸다고 체감하는 순간이 있다. 주유할 때다. 한 달 전만 해도 L당 1800원대를 넘나들던 주유소 휘발윳값이 최근 L당 1600원대까지 떨어져서다. 이 씨는 “기름을 가득 채우면 11만~12만원 가까이 나왔는데 지난 주말 주유했더니 10만원 수준이더라”며 “안 오른 물가가 없는데 그나마 기름값은 조금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최근 한 달 새 떨어진 주유소 물가에 안도한 사례가 늘었다. 2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울 주유소 평균 휘발윳값은 지난달 2일 L당 1878원을 기록한 뒤 줄곧 하락세다. 27일에는 L당 173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급락한 국제유가의 연쇄 효과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연말 물가 상황판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국제유가는 4분기 들어 줄곧 하락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격은 지난 9월 말 배럴당 93.68달러로 하반기 고점을 찍었다. 이후 19.8% 하락해 이달 27일(현지시간)엔 배럴당 75.2달러까지 내려왔다. 한국이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현물)도 9월 중순 배럴당 93.64달러로 역시 하반기 고점을 찍은 뒤 27일(현지시간) 배럴당 83.32달러까지 11% 하락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여파다. 미국은 지난 16일(현지시간) 10월 제조업 생산이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소비 둔화로 생산이 위축했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10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연중 최고점인 4월(18.4%)의 절반 아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도 초기 우려와 달리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이·팔 전쟁에) 이란이 직접 개입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이·팔 양측이 최근 일시 휴전하는 등 전쟁이 인근 중동 산유국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잦아들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최근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며 “이란의 전쟁 불참은 연말 국제유가를 식힐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국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하나가 국제유가다. 국제유가는 보통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지난 7월 물가 상승률이 25개월 만에 최저(2.3%)를 기록한 건 전년 대비 25.9% 급락한 석유류 물가 때문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언급한 ‘11월 물가 3.5%’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까지 국제유가가 급락한 만큼 최소한 12월 초까지 물가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 물가가 지난 10월 4개월 만에 소폭 하락세(-0.1%)로 전환한 것도 긍정적이다. 생산자 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플러스)가 30일(현지시간) 여는 에너지장관회의가 변수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를 띄우기 위해 OPEC+ 회원국에 원유 감산을 요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사우디·러시아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자발적 공급 감축을 연장할 전망”이라면서도 “이번 OPEC+ 회의에서 추가 감산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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