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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82%는 미혼, 10명 중 3명은 용돈 타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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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32)씨는 7년 전 취직했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살고 있다. 출·퇴근하기 편한 데다, 월세나 생활비를 낼 필요가 없어 돈 모으기도 더 유리해서다. 두 살 어린 김씨의 동생도 직장을 다니지만, 독립하지 않아 현재 네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김씨는 “부모님은 ‘빨리 결혼해 독립해 나가라’고 성화지만 당분간은 결혼 계획이 없다”며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19~34세 청년 10명 중 8명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전 54.5%보다 미혼 비중이 대폭 늘면서 부부 가구는 줄고 1인 가구나 부모와 동거하는 가구의 비율이 늘어났다. 통계청은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분석한 2000~2020 우리나라 청년세대 변화’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년간 흐름을 보면 청년층 인구 비중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청년세대 인구는 1021만3000명으로 총인구의 20.4%를 차지했다. 20년 전 28%(1288만3000명)였던 것과 비교하면 8%포인트 줄었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30년 뒤인 2050년엔 전체 인구의 11%(521만3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지금의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셈이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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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만혼·비혼 문화 확산으로 결혼하지 않은 청년 비중도 늘고 있다. 2020년 기준 ‘미혼’ 청년은 783만7000명으로 전체 청년의 81.5%를 차지했다. 20년 전엔 54.5% 수준이었지만 ▶2005년 63.2% ▶2010년 68.9% ▶2015년 75% ▶2020년 81.5%로 5년마다 5~6%포인트씩 증가했다. 특히 결혼 적령기인 30~34세의 미혼 비율이 56.3%(2020년)로 20년 전 18.7%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5~29세 중에선 87.4%가 미혼으로 20년 전보다 33.2%포인트 증가했다.

미혼 청년층이 늘면서 자연스레 부부 가구 비중은 줄고, 부모와 여전히 동거하거나 홀로 독립한 가구가 늘었다. 청년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55.3%(532만1000명)였다. 5년 전인 2015년보다는 소폭 줄었으나 ▶2000년 46.2% ▶2005년 49% ▶2010년 51.2% ▶2015년 58.4%로 꾸준한 증가 추세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적으론 취직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부모 동거 비중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19~24세가 45.7%로 가장 많았지만 사회 초년생으로 분류되는 25~29세(35%)와 30~34세(19.4%) 비율도 낮지 않았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1인 가구는 20.1%(193만5000명)로 집계됐다. 2000년 6.6%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청년이 혼자 사는 이유로는 ‘직장’이 55.7%로 가장 많았다. ‘독립생활’(23.6%), ‘학업’(14.8%) 등이 뒤를 이었다.

청년세대의 65.2%는 ‘본인의 일·직업(배우자 포함)’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했다. 하지만 10명 중 3명(29.5%)은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가구 형태별로 보면 1인 가구 중 20.5%가, 교육상태별로 보면 대학 졸업·수료·중퇴자 중 17.7%가 부모에게 여전히 생활비 지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 집단 모두 상대적으로 취업자 비율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경제적으로 독립했어야 할 시기에도 상당 부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작동할 수 없는 부분, 예를 들어 대학 입학이나 군대 입대할 청년층이 없어질 것이고, 노동시장에서도 인력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사회 모든 부문에서 인구 구조의 변화에 맞춰서 시스템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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