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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건강에 좋은 음주는 없어…‘술 권하는 문화’ 사라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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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약주(藥酒)문화가 존재해왔다.

집에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정성스러운 음식과 함께 약주를 내왔고, 이러한 정서가 이어져 누가 찾아와도 가벼운 반상, 술상을 대접했다.

진나라 시인 도연명은 근심을 잊게 해준다고 하여 술을 ‘망우물’(忘憂物)에 비유했고, 술을 마시고 진심을 이야기한다는 뜻의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술은 우리에게 유익한 존재일까. 최근까지도 가벼운 술 한잔이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건강에 유익한 음주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술을 1군 발암물질로 발표했고, 올해 1월에는 “알코올 소비와 관련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한 양은 없다”고 강조했다.

술은 간, 뇌, 심장과 같은 주요 장기와 신체의 전반적인 기능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과도한 음주는 구토, 두통, 알코올성 간 질환, 중풍, 심장병 등 60가지 이상의 질병을 유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기준 음주 관련 질환으로 매일 13.5명이 사망하고, 매일 41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매일 67명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술에 관대한 분위기가 만연해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진행한 청소년 인식조사 결과(2020년)를 살펴보면, 청소년 시기에 음주를 처음으로 시작한 계기에서 ‘가족·친지의 권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는다고 한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여행 프로그램이나 관찰 예능 등 주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음주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음주 친화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08년부터 11월을 ‘음주폐해예방의 달’로 지정하고 있다. 연말연시를 앞둔 이 시기에 잦은 술자리와 과도한 음주를 예방하고자 공익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홍보와 캠페인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국민의 참여 및 공감대 형성에 성공 여부가 좌우되지만, 특히 음주폐해예방사업은 국민의 지지와 공감대 없이는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국민 스스로 술을 경계하고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는 지난 몇 년간 우리를 가두어 놓았던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맞이하는 첫 번째 연말이다. 즐거운 날, 좋은 사람들에게 절주를 권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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