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혼자 사는 사람이 많으니까 공감됐죠. 저도 ‘함께도 좋지만, 혼자도 즐겁다’는 가치관이거든요.”
29일 개봉 영화 '싱글 인 서울' #1인 가구 1000만 시대 연애법 #주연 임수정 "느낌 확 왔죠" #'달짝지근해' '30일' 로코붐 #로코퀸 임수정 흥행 이을까
29일 개봉하는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은 마흔넷 싱글 배우 임수정이 “시나리오 제목을 보는 순간 느낌이 확 왔다”는 작품이다. 전 세계 싱글 라이프에 관한 에세이 시리즈를 만드는 출판사가 배경이다.
회식보단 ‘혼술’을 즐기는 작가부터 사회 초년생 막내 직원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싱글이다. 1인 가구 1000만 시대의 사랑법을 그렸다. 유해진‧김희선 주연의 ‘달짝지근해: 7510’(138만 관객), 정소민‧강하늘의 ‘30일’(216만 관객) 등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싱글에게 '썸'은 불륜" 흔들리는 남녀
임수정은 유능한 출판사 편집장이지만 연애는 김칫국 마시기 일쑤인 현진을 연기했다. 까칠한 논술 강사이자 대학 선배 영호(이동욱)를 에세이 작가로 재회하는데, 티격태격 함께하는 시간이 어쩐지 싫지 않다. “혼자 살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던 영호도 현진의 뜻밖의 모습에 “싱글에게 ‘썸’은 불륜”이란 믿음이 흔들린다.
이동욱은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 tvN)에서 주연 임수정의 전 남친 역할로 카메오 출연 후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당시 2분 정도였던 두 사람의 모습에 설렜고 더 보고 싶었다"는 게 박 감독의 캐스팅 이유다.
2001년 드라마 ‘학교 4’(KBS2)로 연기 데뷔한 임수정은 소지섭(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류승룡(영화 '내 아내의모든 것'), 정우성(영화 '새드무비'), 현빈(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공유(영화 ‘김종욱 찾기’) 등 “운 좋게 로맨스에 특화된 배우를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이동욱 또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면서다.
'검블유' 2분 구남친…"이동욱과 손잡고 설렜죠"
“이 영화를 찍으며 사라졌던 연애 세포가 살아났다”는 그는 이동욱과 손잡고 골목을 뛰었던 장면이 "재밌고 예뻤다"고 했다.
지난 20년 간 스크린 속 사랑도 달라졌다. 임수정은 “각자 추구하는 삶을 드러내고 받아들이는 게 멋있는 시대가 됐다. 전에는 남녀가 만나면 곧바로 로맨스로 이어지는 서사였다면, 지금은 서로 탐색 시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또 “전에 연기했던 로맨스 주인공은 몸이나 마음이 아팠다. 황정민 선배와 했던 영화 ‘행복’(2007)은 남자주인공을 너무 품어줘야 했고, ‘전우치’(2009)에선 강동원 씨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비현실적인 로맨스였다. 현진은 현실적이라 편하고 애정이 갔다”고 했다.
임수정 "'집순이'지만 '자만추' 기다려"
실제 그는 “호기심이 생기면 먼저 마음을 표현하지만, 현진처럼 혼자 착각하진 않는다”면서 “오래 알고 친해져야 애교가 나오지, 사실 좀 건조한 편”이라 했다. “약간 '집순이'여서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다”면서도 “비혼까진 아니고 지금도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기다리나 보다”며 웃었다. 그가 꼽은 싱글의 장점은 오롯이 제 인생만 생각하면 되는 ‘자유로움’이다.
"1년간 無소속사 홀로서기…제작도 꿈꿔"
임수정은 최근 1년간 소속사 없이 활동 중이다. “30대 중반까진 전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신중해지고 도전보다는 안전을 택했다”는 임수정은 “스무살부터 소속사 관리 아래 20년 간 필모그래피를 쌓다 보니 관리와 돌봄에 익숙해져 새로운 도전이 겁나는 걸 느꼈다”며 홀로서기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그는 “혼자 움직이고 다양한 스태프들과 일하면서 두려움이 조금 없어졌다. 유럽이나 미국 촬영도 여행 가방 하나 들고 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촬영에 몰두할 시기가 오면 다시 소속사를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먼저 개봉한 ‘거미집’(김지운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찍은 ‘싱글 인 서울’보다 늦게 찍은 작품이다. 임수정은 김 감독과 함께한 자신의 출세작 '장화, 홍련'(2003) 20주년에 선보여 더 뜻 깊었다고 했다.
제작에도 관심이 있다는 그는 독립영화 감독들과 여성 서사를 기획하고 있다. “영화 ‘바비’에서 주연과 제작을 겸한 마고 로비 등 유럽‧할리우드의 여성 배우들은 작품성 있는 영화에 직접 출연하거나 프로듀싱한다”면서 “저도 10~20년 안에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 역할도 병행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