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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아줌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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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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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열성팬인 싱가포르 아줌마가 한국 패키지여행을 왔다가 소동에 휘말린다. 싱가포르 신인감독 허슈밍이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만든 영화 ‘아줌마’(29일 개봉)다. 영어 제목 ‘Ajoomma’에도, 중국어 제목에도 ‘花路阿朱妈(꽃길 아줌마)’도 한국어 ‘아줌마’를 그대로 붙였다.

싱가포르 아줌마들은 K팝에 맞춰 체조하고, 김수현과 공유 팬들이 서로 입씨름도 한다. 그 열정이 젊은 팬덤 못지않다. 한류 드라마 원조로는 1997년 중국서 방영돼 1억5000만 명이 본 ‘사랑이 뭐길래’가 꼽힌다. 26년간 한류 콘텐트와 함께 나이 먹어온 해외팬들에 새삼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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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한국 홍보대사 역할도 했다. 싱가포르 국민배우 홍위팡이 영화의 80%를 한국 명소에서 찍었다. 지난해 대만 금마장 영화제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싱가포르 대표작으로 주목받았다.

‘아줌마’는 한국·싱가포르 최초의 합작 영화다. 2015년 제작비 조달에 난항을 겪던 중 이 영화 프로듀서 앤소니 챈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 참가한 걸 계기로 영화진흥위원회·서울영상위원회에 제작비의 약 20%를 지원받았다. 한-아세안 국제공동제작 지원을 받은 건데, 공교롭게도 올 6월 문화체육부는 관련 사업을 영화발전기금 낭비 사례로 낙인찍었다. 당시 영화계 일각에선 문체부가 실정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일방적인 사업 축소를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내년도 영진위 예산안에서 영화제 및 지역 영화문화 지원 등을 대폭 삭감, 삭제한 것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투명한 논의 과정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머리를 맞대야 그간의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