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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구단-백 감독 팽팽한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에서 기발한 용병술로 돌풍을 일으켜온 백인천(47) 감독이 시즌이 끝난 스토브리그에서도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하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달 초 전 MBC구단과의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이유로 재 계약문제를 들고 나와 한 차례 회오리를 몰고 왔던 백 감독은 이를 철회하자마자 또다시 구단이 『감독을 무시하고 있다』며 분노, 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는 등 풍파의 주역이 되고 있다.
구단경영이 미숙한 LG는 백 감독의 일방적인 공세에 당황, 13일 해명서를 배포하는 등 문제해결에 미숙함을 노출시키고 있다.
당초 백 감독은 외국인투수코치 마틴 패트씨와의 계약 시 충분한 사전협의가 없었고 기존코치들에 대한 재계약 문제를 선처하겠다던 김종정 구단사장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구단 측에 사표를 제출했었다.
이에 대해 구단 측은 해명서에서 패튼 코치의 영입문제는 사전에 백 감독에게 의사 타진한 바 있고 기존코치들과의 재계약 문제도 구단 측이 제시한 계약금(2천만∼2천5백만원)과 코치들의 요구액(3천만∼4천만원)이 달라 협의중임을 밝히고 이 같은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백 감독의 진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은 표면적으로는 어느 한쪽이 어거지를 쓰고 있는 셈이 되며 의견접근이 어려운 입장이 돼 감독과 구단간의 신경전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LG파동을 주시하고 있는 야구인 들은 이번 파동을 감독-프런트간 해묵은 헤게모니 다툼, 매끄럽지 못한 구단운영, 백 감독의 지나친 자존심 탓으로 치부, 양측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LG구단이 구단운영 경험이 없어 프로야구 감독들의 기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우승 감독의 지나친 기대가 맞물려 갈등을 빚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초 구단 측이 패튼 코치를 영입할 당시 간부회의 도중 감독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구단임원들이 이를 묵살, 이 같은 사실이 백 감독에게 알려지면서 감정이 폭발해 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감독·코치 인사권은 구단책임자 권한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나 선수단을 총괄하는 감독의 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프로야구계에 상식화되어 있다. 따라서 구단 측의 일방적인 결정은 감독을 무시했다는 오해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밖에 기존코치들의 재 계약문제는 백 감독 입장으로서는 선처를 부탁할 수도 있으나 구체적인 계약에까지 간섭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있다.
백 감독이 MBC와의 계약당시 코치들이 당한 수모(?)를 생각해 LG구단 측에 응분의 배려를 당부할 수는 있으나 계약문제는 전적으로 당사자간의 일이다.
어쨌든 LG트윈스는 이번 파동으로 기적을 일군 팀에서 사고구단으로 추락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프로야구 출범 8년만에 우승을 맛본 서울 팬들에게 더 이상의 실망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야구인 들의 공통적인 바람이다.
LG는 이번 기회에 축구·씨름 및 야구단을 총괄하는 경영형태를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할 것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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