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무조사 잘 봐줘” 뇌물 준 회계사, 받은 공무원 집행유예

중앙일보

입력

세무조사에서 편의를 봐주기로 하면서 뇌물을 받은 국세청 공무원과 이들에게 뇌물을 준 회계사·골프클럽 사장 등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최근 뇌물공여와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회계사 A씨와 골프클럽 대표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7억9000만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1000만원을 명령했다.

A씨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부산지방국세청 세무공무원 C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기관의 공무원 D씨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800만원과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클럽 대표 B씨는 회계사 A씨에게 세무조사 대리를 위임했고, 이후 두 사람은 세액 감면과 세무조사 편의를 받기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기로 공모했다.

A씨와 B씨는 세무조사를 받은 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식당 등에서 C씨에게 현금 2000만원과 366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줬다.

B씨는 또 경남 창원시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D씨에게도 500만원을 건넸다.

재판부는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 대상 업체의 대표와 세무 대리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며 “뇌물죄는 직무 행위의 불가 매수성과 공정성·청렴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판결했다.

또 “수사기관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고,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범행에 대해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면서 “법정에서 일부 범행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C씨가 뇌물로 받은 골프채 세트와 1000만원을 되돌려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A씨는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세무대리 자격이 없는 20명에게 회계법인 명의를 대가를 받고 빌려준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받았다.

세무대리 자격 없이 A씨에게 회계법인 명의를 받아 세무대리 업무를 수임한 E씨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