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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악의 얼굴"…인질교환 협상 주도한 '하마스의 암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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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실권자 야히야 신와르(61·가운데).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실권자 야히야 신와르(61·가운데).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인질·수감자 맞교환에 합의한 뒤 하마스 측에서 협상을 주도한 야히야 신와르(61)가 주목받고 있다. 신와르는 하마스 내 최고 권력자로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주민들을 인질로 끌고 온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스라엘 군은 신와르를 제거 대상 1순위로 꼽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하마스 창립 멤버이자 칸유니스 지역의 암살자로 일컬어지는 신와르가 이번 맞교환 협상 과정을 총괄했다"고 소개했다.

가디언·BBC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 간 중재에 나선 카타르 측이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신와르와 접촉했다. 하마스 고위 인사 대부분은 카타르·튀르키예 등으로 망명해 은신했지만, 신와르는 현재 가자지구 지하 터널에 숨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가디언은 "지난 15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최대 의료기관인 알 시파 병원을 공격한 뒤, 신와르가 협상을 이어갈지 고민했으나 카타르 중재자들의 설득으로 협상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스라엘·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50명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맞교환하고 4일간 교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신와르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한 인물로, 이스라엘 당국은 그를 오사마 빈라덴에 비유하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신와르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한 인물로, 이스라엘 당국은 그를 오사마 빈라덴에 비유하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의 사실상 최고 실권자인 신와르는 오랫동안 이스라엘군의 사살 목표로 꼽혔다. 특히 이번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은 9·11 테러를 주도했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에 그를 비유했다. 이스라엘방위군 대변인 리처드 헤흐트는 "신와르는 끔찍한 공격을 결정한 악의 얼굴"이라며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이스라엘군은 도·감청과 드론 감시 등을 통해 그를 찾으려 했지만, 아직 은신처를 발견하지 못했다.

BBC에 따르면 신와르는 1962년 가자지구 내 칸유니스 지역 난민 캠프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살다가 48년 이스라엘 건국 뒤 캠프에 정착한 이른바 '나크바(대재앙)' 세대였다.

지난해 12월 야히야 신와르(가운데)가 가자에서 열린 하마스 설립 35주년 기념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야히야 신와르(가운데)가 가자에서 열린 하마스 설립 35주년 기념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신와르는 가자지구 내 이슬람 대학교에서 아랍어를 공부하던 중 이슬람 부흥운동을 접했다. 이후 무슬림 형제단을 지지하는 등 이슬람주의 운동을 펼치면서 82년 이스라엘 당국에 처음 체포됐다. 그는 감옥에서 하마스 창시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 등 여러 팔레스타인 활동가를 만나며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87년 하마스 초기 핵심 멤버로 합류했다. 그는 25세에 하마스 내부 보안을 담당하는 조직 '마즈드'를 만들었다. 이스라엘에 몰래 협력하는 팔레스타인 사람을 색출하고 처벌했는데, 무자비하게 살상을 벌여 '칸유니스의 암살자'라는 악명을 얻었다.

신와르(가운데)는 하마스 내부 보안 조직을 만들고 스파이를 색출해 잔인하게 처벌해 '칸유니스의 암살자'란 별칭을 얻었다. AFP=연합뉴스

신와르(가운데)는 하마스 내부 보안 조직을 만들고 스파이를 색출해 잔인하게 처벌해 '칸유니스의 암살자'란 별칭을 얻었다. AFP=연합뉴스

88년 신와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납치·살해한 혐의 등으로 네 차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감옥에 머무는 동안 이스라엘인과 말을 섞지 않고 이스라엘의 언어·군사·역사 등을 연구했다고 한다. BBC는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리더 역할을 하며 교도소 당국과 협상에 나섰다"고 전했다.

신와르는 약 22년간 복역한 뒤, 2011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포로 교환으로 석방됐다. 이후 가자지구로 돌아와 하마스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 미국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BBC는 "이스라엘 정부는 그를 잔인하고 권위적이며, 군중을 선동하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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