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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기 힘든 '120만원 샴페인'…매년 3000병만 고집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의 유명 양조장 '자크 셀로스'의 오너 앙셀므 셀로스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케로픽스 스튜디오

프랑스의 유명 양조장 '자크 셀로스'의 오너 앙셀므 셀로스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케로픽스 스튜디오

“사람이 만드는 와인이 어떤 ‘정상 범주’에 들어가 있다면, 자연은 그것을 넘어 특별한 것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와인을 자연이 만드는 거지요.”

‘샴페인의 예술가’ 앙셀므 셀로스 인터뷰

자연주의 철학을 고수해 온 프랑스 와인 양조장 ‘자크 셀로스’의 오너 앙셀므 셀로스(69)는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샴페인의 예술가’로 불리는 그는 ‘와인의 정체성은 100% 포도나무로부터 온다’는 철학을 가지고, 떼루아(자연 환경)를 표현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다. 셀로스는 프랑스 와인 잡지 ‘라 르뷔 드 뱅 드 프랑스’에서 이례적으로 두 번(1993·2017년) 올해의 와인 양조자로 선정된 인물이다.

셀로스는 포도를 재배할 때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다. 와인 양조 과정에서도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고, 수확할 때만 포도의 산화를 막기 위해 소량 쓴다고 한다. 당을 보충하는 ‘도사주’ 역시 최대한 적게 사용한다. 셀로스는 “이런 방식을 ‘게으르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자연이 더 잘한다는 걸 알고 있는 똑똑한 사람일 뿐”이라며 “셀로스 와인을 마시면 와인이 태어난 곳의 풍경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앙셀므 셀로스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케로픽스 스튜디오

앙셀므 셀로스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케로픽스 스튜디오

샴페인 애호가 사이에서 셀로스 제품은 구하기 힘든 것으로 유명하다. 자연주의 농법을 쓰다 보니 과감한 가지치기로 수확량을 적게 유지해서다. 전체 생산량은 연간 5만8000병 정도다. 대표 제품인 ‘서브스땅스’의 경우 매년 3000병만 생산하고, 평균 가격은 896달러(약 120만원) 수준이다. 국내에선 100만원대 후반 정도인데, 유통되는 수량이 거의 없다.

셀로스는 리셀(재판매)을 막기 위해 모든 와인병에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을 부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투기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누가 이 와인을 샀는지 등 이력을 추적할 수 있게 했다”며 “예를 들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판매한 와인 수량의 80%가 미국 뉴욕에서 소비되고 있다면 이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량 생산을 고집한 이유를 묻자 그는 “우리는 포도나무를 소중한 숲처럼 다룬다”는 묵직한 답을 내놨다. “비료를 써 인공적인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맛이 아닐 겁니다.”

셀로스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14~17일 크리스탈와인 컬렉션 주관으로 열린 ‘2023 샴페인 서울’ 행사에서 자신의 와인 철학을 강연했다. 셀로스는 “같은 와인을 3가지 온도로 마셔보면 한 배우가 다른 영화 세 편에 출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서브스땅스를 15도로 맞춰 볼로네제 파스타와 곁들이면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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