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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힘 합쳐 1500억 매출…매진행렬 '이건희 와인'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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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르몽뒤뱅에서 비토리오 림보티 안티노리 브랜드 매니저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138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와인 사업을 시작한 지오반니 디 피에로 안티노리의 27대 후손이다. 사진 아영FBC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르몽뒤뱅에서 비토리오 림보티 안티노리 브랜드 매니저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138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와인 사업을 시작한 지오반니 디 피에로 안티노리의 27대 후손이다. 사진 아영FBC

안티노리 가문은 르네상스 초창기인 138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와인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역사에선 고려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와이너리로 꼽힌다. 한해 매출은 1500억원대다.

640년 역사 伊 와인 업체 계승자 만나 보니

국내에서는 ‘이건희 와인’으로 유명하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2004년 추석에 주요 임원들에게 이 회사가 선보인 ‘티냐넬로’를 선물하면서다. 티냐넬로는 1971년 출시될 당시 프랑스에서 포도 묘목을 가져와서 심고, 화이트와인 품종을 일부 넣는 관행을 포기한 혁신적인 제조기법을 처음 시도한 레드 와인이다. 해외에서 ‘수퍼 투스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병당 30만원에 가까운 고가임에도, 지금도 해마다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안티노리 와인을 생산하는 칠레 와이너리 하라스 데 피르케. 말발굽 모양의 건물이 가운데에 있다. 사진 아영FBC

안티노리 와인을 생산하는 칠레 와이너리 하라스 데 피르케. 말발굽 모양의 건물이 가운데에 있다. 사진 아영FBC

안티노리 가문의 27대(代) 후손인 비토리오 림보티 안티노리(30)가 지난 9일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640년 가까이 된 와인 업체의 가장 유력한 계승 후보자다. 18세부터 현장에서 업무를 익혔던 그는 영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호주의 와인 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19년 안티노리에 합류했다.

그에게 티냐넬로 얘기를 꺼내자 “피렌체를 찾은 한국 기업인들에게 티냐넬로가 ‘혁신 아이콘’임을 소개하면서 (‘이건희 와인’으로) 성사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바닐라와 살구, 커피향이 혀에서 감돌다가 마지막은 떫은 느낌을 주는 탄닌으로 경쾌한 맛을 내는 복잡한 와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칠레에 있는 하라스 데 피르케 와이너리와 협업한 상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업체와 손잡고 ‘제2의 티냐넬로’를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하라스 데 피르케 와이너리의 건물은 말발굽으로 생긴데다, 와인 병에 말을 타는 그림을 새겨진 것으로 유명하다. 종마장에서 나오는 거름을 포도밭 퇴비로도 활용한다.

이날 한국 음식을 처음 맛본 안티노리는 “바삭한 맛이 나는 화이트 와인 ‘알바클라라’는 김치와, 소고기와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 ‘후소네’는 한국식 불고기와 곁들이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와인 모두 하라스 데 피르케에서 나오는 제품이다.

안티노리 가문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창업주의 25대 손인 그의 할아버지 피에르 안티노리(83) 명예회장과 26대 손인 어머니 알비에라 안티노리(57) 회장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만큼 국내 와인 시장이 성장세인 데다 인근 중국·일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액은 2012년 1억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억8000만 달러(약 7643억원)로 10년 만에 4배 가까이로 커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위스키(2억7000만 달러)와 맥주(2억 달러) 수입액을 더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그는 “아시아의 젊은 소비자들은 부드럽고 우아하면서 저알코올 술을 선호하더라. 이런 트렌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640년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와이너리 안티노리를 이끄는 경영진. 제일 오른쪽이 피에르 안티노리(83) 명예회장이 세 딸과 함께 서 있다, 제일 왼쪽이 그의 장녀인 알비에라 안티노리(57) 회장이다. 이번에 방한한 비토리오 림보티 안티노리는 알비에라 회장의 장남이다. 사진 아영FBC

640년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와이너리 안티노리를 이끄는 경영진. 제일 오른쪽이 피에르 안티노리(83) 명예회장이 세 딸과 함께 서 있다, 제일 왼쪽이 그의 장녀인 알비에라 안티노리(57) 회장이다. 이번에 방한한 비토리오 림보티 안티노리는 알비에라 회장의 장남이다. 사진 아영FBC

미국과 칠레, 몰타, 헝가리 등에 진출했지만 안티노리는 여전히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외부인 2명을 포함해 이사진 6명이 있지만 매주 일요일 가족들이 만나는 점심 자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2002년 포도 작황이 좋지 않았을 때 최상급 와인 상당수를 만들지 않은 결정도 이런 식사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사촌은 물류를, 여동생은 제품 디자인을 맡는 식으로 각자가 맡는 업무를 책임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가장 큰 숙제는 지구온난화 대처”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도 칠레에 가뭄이 들어 포도나무를 햇볕에 덜 노출되게 하고 열을 받는 지면으로부터 높게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포도나무에 물을 조금씩 똑똑 떨어뜨려 사용량을 줄이고 있어요. 와인 병도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기존보다 50% 줄이는 방안을 찾고 있어요.”

안티노리가 한국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와인 알비스. 새벽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칠레 와이너리 하라스 데 피르케와 협업한 제품이다. 사진 아영FBC

안티노리가 한국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와인 알비스. 새벽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칠레 와이너리 하라스 데 피르케와 협업한 제품이다. 사진 아영F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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